북단 70주년을 맞아 민족의 화해와 통일 의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때에 북이 정전협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도발을 감행했다는 점은 묵과하기 어렵다. 동시에 '노크귀순'도 모자라 수색로에 지뢰를 매설하도록 방치한 우리 군의 경계실패는 극히 우려스럽다.
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지난 4일 오전 파주 1사단 수색대대가 군사분계선 남측 440미터 지점의 철책 출입구인 통문을 통과한 직후 지뢰 2발이 한꺼번에 폭발했고, 대원들이 남쪽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또다시 1발이 터졌다.
이 폭발로 김모(23), 하모(21) 하사가 중상을 입었다. 당시 폭발의 충격으로 10미터가 넘는 흙먼지가 솟았고, 대원들 서너명이 한꺼번에 뒤로 넘어졌다고 한다.
여러 가지 정황상, 이번 지뢰폭발은 유실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북측의 도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가 내려 유실됐다면 흙이나 부산물이 근처에 쌓여 있어야 하지만, 철책선 주변의 지형상 지뢰가 떠내려오기 어렵다고 한다. 또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땅 속에 은폐된 상태였다.
수거된 잔해 조사에서는 북한군이 사용하는 목함지뢰의 파편이 발견됐다.
폭발지점도 수색대원이 드나드는 철책선 통문에서 북쪽으로 40㎝, 남쪽으로 25㎝지점이어서 대원들을 겨냥한 의도적 매설이라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매설시점은 지난달 26일에서 이달 1일 사이로 추정된다. 사고지역에는 지난달 26일 전후로 150㎜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지뢰폭발은 비무장지대에서의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우리는 북측의 도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함참도 "도발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고, 정치권은 여야 불문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묵과하기 어려운 도발로 규정했다.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는 정전협정 위반을 규탄하며 북측에 장성급회담 개최를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군의 부실한 경계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지난 2012년에는 북한군 병사가 우리 GOP 창문을 두드렸던 노크귀순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GP인근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대기귀순과 북한군 병사가 철책을 흔들면서 귀순하는 제2의 노크귀순 논란도 있었다.
이번 지뢰매설도 수색작전이 정해진 코스대로 정해진 시간에 반복적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수 있다.
군은 DMZ에서 무인 경계로봇을 시범운용하는 등 비무장지대 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번번이 경계의 실패를 노출했다.
군 당국은 악천후와 울창한 수목으로 감시사각지대가 발생했다고 변명만 할 게 아니라 철저한 문책과 보완조치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