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의결된 '해병대원' 특검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다가왔다. 윤 대통령이 오는 2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행사해야 22일 시한 안에 거부가 가능하다.
민주당의 전략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다음 수순에 맞춰져 있다. 제21대 국회의 임기는 5월 종료된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 전 마지막 본회의 일정은 오는 28일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일단 본회의 당일 재의결을 염두에 두고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대결은 제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펼쳐진다. 윤 대통령은 10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정무적 부담감을 떠안은 채 '해병대원 특검법 재발의'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10 총선 결과로 인해 여소야대 구도가 강화된 가운데, 11번째 거부권 여부가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은 108석에 그친 국민의힘을 포위하게 된다. 당장 오는 28일 본회의에선 20명의 여당 이탈표가 필요하지만, 22대 국회에선 단 8표 만으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윤 대통령의 난점을 겨냥하는 민주당은 장외투쟁 등 총공세를 통해 정부·여당 압박 여론을 조성한다는 전략이다.
尹, 21일 거부권 행사할듯…민주당 2차 특검법 추진 의사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대통령은 15일 이내 공포해야 하기 때문에 오는 22일이 거부권 행사의 마지노선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 '수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어 거부권 행사 없이 법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거부권으로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오면, 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거부권으로 돌아온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21대 국회 의석 중 민주당 155석, 정의당 6석, 새로운미래 5석, 개혁신당 4석, 진보당 1석, 기본소득당 1석, 조국혁신당 1석, 무소속 7석을 더하면 180석이다. 재의결을 위해선 국민의힘의 이탈표가 20석 이상 나와야 한다.
내심 야당이 노리는 건 22대 국회에서의 2차전이다. 민주당은 21대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이 부결되더라도 22대에서 바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22대에서는 범야권이 공조할 경우 여당에서 8명의 이탈표만 나와도 재의결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국민의힘 김재섭·한지아 당선인과 안철수·이상민·조경태 의원 등 5명이 특검법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기계적 중립보다는 '개혁 국회'를 주장한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신임 국회의장으로 임명되면, 민주당의 입법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표 8명 나올까…특검 추진으로 정무적 압박 가능
현실적으로 여당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야당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특검법 통과가 어렵다고 보는 쪽은 대통령실의 장악력이 아직은 건재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의힘이 일종의 '반란'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에서도 세게 이탈표 단속에 들어갈 것"이라며 "평소 특검법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이더라도 실제로는 정무적 판단 때문에 이탈표를 던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통과가 가능하다는 쪽은 국민의힘이 여론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병대원 특검 필요성에 긍정하는 여론이 높게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권심판 정서가 확인된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차별화 전략을 쓰고 싶어 하는 내부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여당이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그런 정서가 커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법 통과와 관계없이, 해병대원 특검법 추진이 당정 사이의 틈을 비집을 수 있는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여당의 단일대오 형성을 막기 위한 정무적 압박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野, 대통령실 압박하고 여론전 나서…장외집회도 검토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채해병 특검 관철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인 비생행동 선포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야당은 최대한 대통령실을 정무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여론을 움직이겠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취임 후 10번째 재의요구가 된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누적되면서 야당의 특검법 추진에도 명분이 실릴 수 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19일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총선민의를 받들어 해병대원 특검법을 지체 없이 공포하고 국정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한다"라며 "끝내 이러한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고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윤석열 정권을 거부하는 수습하지 못할 사태로 발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장외 여론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특검 찬성 여론을 불러일으켜 여당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여론에 민감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의 경우 여론의 영향으로 이탈표를 행사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21대 국회의원들과 22대 당선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의사 표현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야 6당은 오는 2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