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결과 대부업체는 지난 1월 A씨의 대출채권을 모 저축은행으로부터 싸게 매입해 법원에 채권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앞서 저축은행은 은행에서 대출채권을 사들였다.
A씨는 2002년 3월 은행에서 200만원을 신용대출 받았으나 2005년 10월 실직 등 경제적 이유로 대출금을 연체했다.
이후 군입대, 해외체류, 여러 차례 이사를 가면서 은행이 발송하는 채무상환독촉장, 채권양도통지서 등을 받지 못해 채무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법원의 압류명령 사실이 알려지면 회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A씨는 대부업체에 원금 200만원과 연체이자 250만원까지 갚았다.
금융회사는 A씨에게 빚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5년 이상 채권추심 행위 등 관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럴 경우 A씨의 빚은 ‘소멸시효 완성채권’에 해당돼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소멸시효 이후에도 법원의 지급명령이 있으면 소멸시효가 부활한다.
또 채무자 스스로 변제하는 경우에도 소멸시효는 되살아난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들은 “1만원만 입금하면 원금의 50%를 감면해 주겠다”는 식으로 채무자들을 회유하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입한 뒤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소액변제를 받아내는 방법으로 시효를 부활시켜 빚을 받아내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5년간 162개 금융회사가 4천122억원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12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회사들은 보통 장부가격의 1%정도에 해당하는 헐값을 받고 대부업체 등에 채권을 넘기고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이상구 부원장보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소액채권 채무자의 대다수가 서민, 취약계층”이라며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갚지 않아도 될 빚을 상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로부터 채권양도통지를 받은 경우 소멸시효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5년 이상 유선이나 우편, 소제기 등 채권자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채무가 소멸시효 됐고 변제 의사가 없다면 채권양수인에게 소멸시효 완성사실을 주장하고 채무상환을 거절할 수 있다.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을 받았을 경우에는 소멸시효로 변제할 의사가 없다면 지급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야 한다.
소멸시효 된 채권이라도 지급명령을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시효가 되살아나고 상환의무가 생긴다.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못했다면 지급명령을 한 법원에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또 대부업체 등이 일부만 갚으면 원금을 감면해 주겠다고 회유하는 경우 소멸시효를 되살리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
금감원은 서민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자 이날 금융회사들이 소멸시효된 채권을 추심하거나 대부업체 등에게 매각하지 못하도록 행정지도를 펼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또 1천만원 이하의 소액채권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완성시 추심을 제한하는 내용을 관련 법률에 반영하는 방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회사가 소멸시효된 채권을 양도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통지하는 ‘채권양도통지서’상에 시효완성 사실을 명시토록 개선할 방침이다.
채권자가 채권보전을 위해 법원에 제출하는 ‘지급명령신청서’에 시효완성 여부를 명시토록 소관부처에 건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소멸시효 완성채권 관련 대국민 홍보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