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끌며 택배배송, 비오는 날 곤욕겪어
-엘리베이터 사용료 내라는 아파트도…
-힘들때 따뜻한 한마디면 하루 피로 풀려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손경민 (택배기사)
'택배기사는 노예가 아닙니다. 정당하게 배송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택배기사의 호소문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안전을 이유로 아파트 단지 내에 택배차량 출입을 금지하고, 직접 발로 걸어서 택배를 배송하라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단지 내에서 택배차량 진입을 거부당한 적이 있는 택배기사인 손경민 씨를 연결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 손경민>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지금도 바쁘실 텐데 고맙습니다. 택배업무 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 손경민> 15년, 16년차 정도 된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굉장히 오래되셨네요.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아파트 단지 내에 택배차량 출입을 금지하는 아파트가 실제로 있다는 말인데요. 주로 어떤 아파트들이 그런가요?
◆ 손경민> 최근에 신축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그렇고요. 단지 안에 조경이라든가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다든가 분수대 같은 그런 아파트들이 안전상의 이유로 많이 택배차를 출입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그러면 실제로 선생님도 아파트에 배송하시면서 그렇게 택배 차량 진입을 거부당한 적이 있으신 거네요?
◆ 손경민> 네,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만약에 택배 차량이 진입을 못하게 되면 배송은 어떻게 하시는 거예요?
◆ 손경민> 아파트 밖의 도로에 차를 세워놓고요. 카트 같은 것에 택배물건을 싣고 카트로 끌고 가서 배송을 합니다.
◇ 박재홍> 그런데 아파트가 대단지일 경우에 굉장히 일이 많으실 것 같은데. 그렇게 일하는 게 가능하십니까?
◆ 손경민> 가능하지 않아도 아파트 측에서 차량을 못 들어가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힘들어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박재홍>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시면 되는 건 아닌가요?
◆ 손경민> 원래 주차장 진입 높이는 저희 택배 차량이 들어갈 수 있게끔 돼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도 안전상의 이유로 낮은 차들만 들어갈 수 있게끔 구조물을 설치해놨기 때문에 기사들이 타는 보편적인 택배차량의 높이로는 대부분 못 들어가게 돼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카트 같은 수레를 끌어서 배송을 하신다는 말씀인데, 요즘 날씨도 폭염인데 굉장히 힘드시겠네요.
◆ 손경민> 더운 것보다도 비 오고 눈이 오는 겨울 같은 경우에는 많이 힘들죠. 차가 못 들어가니까 비가 와서 카트질을 하게 되면 박스라든가 택배 상품이 많이 젖게 됩니다. 그러면 받으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짜증을 많이 내시죠. 그런데 저라도 그렇게 짜증을 낼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수레를 끌고 엘리베이터도 타시면서 배송을 하는 건가요?
◆ 손경민> 네, 엘리베이터 앞까지 수레를 끌고 가는 거고요. 땀냄새가 몸에 배서 엘리베이터 타기가 좀 다른 분들한테 많이 죄송하죠. 아무래도 땀이 많이 나니까요. 그리고 아파트 안 구조 바닥이 그냥 평평한 구조면 문제가 없는데 요철도 있어서 수레질을 하기가 상당히 힘들죠. 수레에서 자꾸 흔들리니까 물건들이 자꾸 쓰러지고 떨어지고 그런 것들은 사실 많이 힘듭니다.
◆ 손경민> 많이 나죠. 아마 시간이 2, 3배 정도는 날 겁니다.
◇ 박재홍> 2, 3배 정도 걸리신다고요? 지금 15년 넘게 택배 일을 하셨다고 했는데 어떠세요? 이렇게 일하는 환경을 보시면서요.
◆ 손경민> 물론 아파트 입주민들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못 들어오게 한다는 건 좀 일방적인 처사니까요. 어떻게 보면 없는 자의 설움이라고 할까요? 많이 서글퍼지죠. 이런 얘기를 들으면.
◇ 박재홍> 그래서 이번 아파트 택배 논란을 보시면서 많은 분들이 ‘입주민들이 택배기사님들한테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냐?’ 이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논란 접하시면서 많이 마음이 아프시겠네요.
◆ 손경민> 저는 택배일을 참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는 택배 기사한테 엘리베이터 전기료를 내라고 한 게 잠깐 이슈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 박재홍> 아니, 택배기사님들한테 엘리베이터 전기사용료를 내라고요? 그건 무슨 말이에요. 왜 사용료를…
◆ 손경민> 몇 년 전에 잠깐 이슈화 된 적이 있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실제로 내셨어요?
◆ 손경민> 내지는 않았고요. 전기세를 산출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내지는 않았는데. 이슈화가 된 적은 있습니다.
◇ 박재홍> 또 아파트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런 반론도 하네요. ‘배송시간이 쫓기는 분들의 경우에는 택배 차량이 단지 안에서 과속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안전상 위험하다’ 이런 의견을 내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 손경민> 일부 극소수의 기사분들은 아마 가끔 그럴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파트에 다녀보면 실제로 과속하는 차량들이 승용차들입니다. 오히려 입주민들이 과속하는 차량이 많지, 택배기사들도 다 가정이 있고 아기들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몰지각하지는 않다라고 생각합니다.
◇ 박재홍> 그리고 또 어떤 분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택배라면 말 그대로 무조건 집 앞까지 배송해 줘야 되는데 아파트 관리실에 맡겨놓으면 그게 무슨 택배냐?’ 이런 비판도 하세요. 어떻게 들으셨어요, 이런 비판은?
◆ 손경민> 당연히 택배는 집 앞까지 갖다드려야 되죠. 문 앞에서 찾아와서 문 앞까지 갖다드리는 건데요. 자기에게 시간까지 맞춰서 갖다 달라는 분들이 가끔 계십니다. 자기가 집에 있을 때 배송을 해 달라고 하시는 거죠. 집 앞까지 갖다드리는 건 충분히 할 수가 있지만 현재 택배료에서 시간까지 맞춘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조금 힘이 듭니다.
◇ 박재홍> 택배가 오는 경우에 '오늘 택배를 발송합니다'라고 택배기사님들이 문자로 보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경우에 그 번호로 항의하는 경우도 있습니까?
◆ 손경민> 가끔 계신데. 진짜 난처합니다. 이건 좀 오래된 일인데요. 처음 가면 길을 잘 모릅니다. 택배기사라고 해서 길을 다 아는 게 아니기 때문에요. 그래서 길을 몰라서 근처에 가서 전화를 드리니까 고객 분이 알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젊은 분이 오셨어요. 그러시더니 '아니, 전화를 왜 일방적으로 끊냐?'라고 싸움 걸듯이 말을 하셔서 대꾸하기도 참 어렵고 그래서 물건을 허둥지둥 드리고 그냥 도망치듯이 온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그게 기억이 나네요.
◇ 박재홍> 참 많이 힘들게 일하시는데, 택배상품 드릴 때마다 '감사하다, 수고하셨다' 이 한 마디가 참 많이 힘이 되시겠습니다.
◆ 손경민> 자주 가는 고객분들은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수도 준비해 주시고 하시니까. 그럴 때는 진짜 막 힘이 많이 납니다, 그런 분들 한 번 만나고 배송하고 나면 그날 피로가 싹 풀리는 그런 느낌입니다.
◇ 박재홍> 저도 기사님 말씀 듣고 앞으로 배송 오시는 분들께 꼭 따뜻하게 한 말씀 더 드려야겠네요, 수고하셨다는 말씀을요.
◆ 손경민> 그래주시면 저희들이 진짜 감사합니다.
◇ 박재홍> 오늘도 힘들게 일하실 텐데. 힘내시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손경민> 네, 고맙습니다.
◇ 박재홍> 택배기사인 손경민 씨의 목소리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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