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와 함께 사라지다…울타리 밖으로 사라진 아이들

[신림동 아이들, 좌절 그리고 희망 ④] SNS로 소통하며 전국구 가출생활…'아웃리치'로도 닿지 않는 아이들

서울 신림동에 첫 발을 내딛은 14살 아이들은 20살이 돼도 떠나지 못한다. 처음 신림동에 오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거의 같다. 돈이 없어 범죄를 저지르고, 전과가 더해지면서 아이들은 사기꾼·브로커로 전락한다. CBS노컷뉴스는 가출 청소년의 대표적 집결지인 '신림동' 심층취재를 통해, 거리의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과 그 안의 희망을 짚어본다.<편집자주>

CBS노컷뉴스 연속기획 [신림동 아이들, 좌절 그리고 희망]
①"칼 휘두르던 아빠 피해"...신림동 라이프의 시작
②조건만남 브로커, 인터넷사기범…거리의 아이들에겐 '직업'이 있다
③"청소년 기간 한 살만 늘려줬으면…" 어른이 된 신림동 아이들
④'자퇴'와 함께 사라지다…울타리 밖으로 사라진 아이들
⑤신림동서 희망을 틔워라! - 이들은 '비행' 청소년이 아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지난 2013년 10월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간 김미정(19·가명)양은 '학교 밖 청소년'이다.

거리 생활을 접고 현재는 집에 머물고 있지만 학교에는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아버지의 폭력이 자퇴의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를 물어보는 선생님은 아무도 없었다.

"애정이 넘치지 않는 이상 그렇게 안해요. 담임 선생님들이 그렇게 한가한 사람들이 아니라서…자기 손을 떠나면 끝인 거예요."

지난 5일 고졸 검정고시 시험을 치른 김양은 "그래도 학교를 나온 건 후회된다"며 "학창시절 추억이 제일 그립다"고 말했다.


가출과 함께 학교를 그만둔 이후 아이들의 삶은 어떨까? 청소년활동연구소 권일남 소장은 "학교를 나오는 순간부터 아이들의 행적이 묘연해진다"고 말했다.

6일 여성가족부 통계를 살펴보면 매년 학업을 중단한 6만명의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온다. 울타리를 벗어난 '학교 밖 청소년'의 수는 전국적으로 28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권 소장의 지적이다.

"학교 밖 지원센터에서도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이 상당히 어려워요. 학교를 나온 아이들은 보통 6개월 정도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데 폭력적인 아이들과 몰려다니게 되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불량 청소년으로 빠져들게 되는 거죠."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들은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소년범 중 학교 밖 청소년의 비율은 지난 2012년 35.3%, 2013년 44.6%에서 지난해 43.7%로 증가 추세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고 선도하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지난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에 나섰다.

학교밖청소년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지원센터를 연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에게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이 담긴 개인정보수집활용 동의서를 받아 청소년의 개인 정보를 학교 밖 지원센터에 전달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학업숙려기간제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사업을 시행중인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전체 학업 중단 학생 3900명 중 개인정보수집활용에 동의한 학생은 1335명으로 33%에 그쳤다.

더구나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10명 중 7명은 학교를 나간 뒤 어디로 사라졌는지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에서 가출한 정민수(18·가명)군의 경우 경기도 파주와 안산을 거쳐 현재는 서울 신림동에서 머물고 있다. 친구나 '팸'을 따라 전국구로 흩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학교가 싫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보니 정보공개에 동의하는 아이들 수가 많지 않다"며 "현재로선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아이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위법이라 학교 밖 청소년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소년의 정보제공 동의율을 살펴본 뒤, 동의율을 낮을 경우 청소년이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아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오프라인 계도 활동 '한계'…학교 안 홍보 '절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봉천교에 나와 있는 청소년 이동식 쉼터. 청소년들이 이동식 쉼터를 이용하고 있다.
학교와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전국구로 흩어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찾아내기 위해 청소년 단체가 시행하고 있는 '아웃리치(Outreach)' 활동도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NS로 소통하며 정보를 주고받는 요즘 아이들에게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아웃 리치는 한계가 있다는 것.

아웃리치란 찾아가는 거리 상담으로 청소년지원센터가 거리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매주 시행하고 있는 홍보 활동이다.

최근 신림 쉼터에서 퇴소한 송지섭(17·가명)군은 "지난해 겨울 신림동에 올라왔는데 이전까지 쉼터가 있었는지도 모르고 아웃리치 활동도 최근에서야 알았다"며 "친구를 따라서 의리로 간 거라 아마 친구가 없었으면 안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도움센터 '친구랑' 임창세 사회복지사는 "쉼터에는 오는 아이들만 알음알음 오기 때문에 아웃리치가 위기 청소년 '발굴'이라기보다는 기관 홍보 느낌에 가깝다"고 말했다.

임 복지사는 "'쉼터에서 컵라면 준대'해서 친구가 데리고 오는 애들이 10명 중 8~9명인데 반해 선생님이 보내서 온 애들은 20명 중 1명도 안 된다"며 "학교 차원에서의 홍보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검찰, 경찰과 유기적 협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 발굴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아이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기 전에 학교 내에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홍보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