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분당서울대병원장 재임 시절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등 '의료 산업화'에 주력했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의료 민영화 추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5일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에 따르면, 정진엽 내정자는 지난 4월 8일자로 '원격 진료 서비스 시스템 및 방법' 특허 등록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정 내정자는 특허청이 운영하는 특허정보 검색 사이트인 '키프리스'에 분당서울대병원의 다른 교수 5명과 함께 해당 특허의 공동 발명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특허 출원일은 2012년 6월이다.
환자가 스마트폰 같은 단말기를 통해 영상과 문진 정보를 보내면, 의료진이 이를 토대로 데이터를 분석해 원격 진료하는 내용이 해당 특허의 골자다.
현 정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어서, 정 내정자가 청문회를 거쳐 취임할 경우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의료계가 "오진 우려가 있는 데다 의료의 가치를 하락시킨다"며 집단 휴진을 벌이는 등 원격의료 도입에 강력 반대해온 만큼, 향후 갈등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의료민영화 추진자인 문형표 장관을 경질하면서 그 후임자로 의료수출과 원격의료에 앞장서온 인물을 내정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국민 건강에 안정을 이룰 적임자라고 밝혔지만, 정 내정자는 공공의료 강화에 아무런 관련도 발언도 공헌도 한 바 없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정 내정자는 2008~2013년 분당서울대병원장 재임시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동지역 의료수출을 추진한 인물"이라며 "의료기기 업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상생포럼 총괄 운영위원장도 역임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감시와 통제 정책으로 악명높은 '6시그마' 경영기법을 도입한 장본인"이라며 "병원을 제조업 공장이나 기업으로 생각하는 마인드"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단체는 또 "이 과정에서 정 내정자는 IT기업들의 도움을 빌어 환자를 돌보는 치료를 '표준화' 시키는 일을 수행해왔다"며 "이를 기반으로 현재 '병원정보시스템' 구축이라는 의료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바탕을 만들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개인질병정보를 활용한 원격의료와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 등의 정책을 재가동하려는 것"이라며 "보건복지 행정에 문외한임에도 의료정보 시스템의 해외 수출을 추진해온 정 내정자는 이런 정책에 맞춤형 아니겠느냐"고 질타했다.
단체는 이어 "정 내정자 임명은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의료를 더욱 벼랑끝으로 내몰겠다는 대통령 자신의 의지"라며 "다시한번 국민의 복지와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라고 평가 절하했다.
정 내정자는 전날 오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인으로서 (장관으로) 지명된 것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복지와 더불어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더욱 발전시키라는 뜻으로 생각한다"며 "청문회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