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3연전에서 2연전 체제로 전환한 4일 나란히 선발 등판했다. 유희관은 롯데와 울산 원정에, 양현종은 넥센과 목동 원정에 나섰다. 두산은 2위 수성이, KIA는 5위 도약이 걸린 일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유희관은 8이닝 동안 삼진 9개나 솎아내며 4피안타 1볼넷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팀의 3-0 영봉승의 일등공신이 되며 14승째(3패)를 수확했다.
다승 단독 1위를 질주했다. 2위 그룹인 알프레도 피가로(삼성), 에릭 해커(NC)와 간격이 2승 차, 생애 첫 타이틀이 보인다.
반면 양현종은 5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았지만 10피안타에 홈런을 무려 4개나 내주며 8실점으로 무너졌다. 4피홈런은 개인 통산 최다. 팀도 6-11로 지면서 4패째(10승)를 안았다.
무엇보다 평균자책점(ERA)가 2.01에서 2.49로 치솟았다. 여전히 이 부문 1위지만 해커(2.97)와 격차가 0.5점이 되지 않는다. 자칫 생애 첫 타이틀의 영예가 날아갈 수도 있다.
▲양현종, 올해도 여름 고비 못 넘기나
전반기 둘은 다승과 ERA에서 리그를 이끌었던 투수들이었다. 사실 시즌 초중반까지만 해도 최고 투수는 양현종이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1점대 ERA를 찍으며 팀 대선배인 '왼손 선동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양현종은 개막 후 4월까지 2.31로 시작한 ERA가 1.67까지 내려갔다. 5월 한 달 5경기 0.87의 경이적인 ERA를 찍은 덕분이었다. 6월에도 5경기 3승, 1.54의 성적을 낸 양현종의 시즌 ERA는 1.63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기온이 오르기 시작한 7월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지난달 4경기 2승1패를 거뒀으나 ERA는 4.05였고 시즌 전체는 2점대(2.02)로 올라갔다. 그러더니 8월 첫 선발 등판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지난 2일 한화전 9회 구원을 자청해 등판한 뒤 2일 만에 선발로 나선 여파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여름 고비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8, 9월 ERA가 각각 5.29와 10.29까지 올랐고, 2013년에도 8월 15.58, 9월 4.09였다. 올해는 다르다며 절치부심한 양현종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관심이다.
▲유희관, 과감한 변화로 위기 탈출
유희관의 전반기도 역대급이었다. 올스타 휴식기에 앞서 벌써 12승(2패)을 달성했다. 후반기가 남아 있음에도 지난해 개인 한 시즌 최다승과 타이를 이뤘다. 1999년 정민태(당시 현대) 이후 16년 만의 토종 20승이 눈앞에 보였다.
그런 유희관도 위기가 있었다. 4월까지 3승1패 ERA 3.86으로 시작한 유희관은 5월 3승1패 ERA 3.21에 이어 6월 5승 ERA 2.04로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그러나 7월 2승1패 ERA 4.83으로 주춤했다.
특히 지난달 3일 넥센전과 한화전에서 연속 6이닝 5실점하며 이상 징후가 보였다. 23일 SK전에서는 5이닝 6실점으로 시즌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지난달 29일 한화전에서 7⅔이닝 4탈삼진 5피안타 2볼넷 1실점의 쾌투로 승리를 따냈다. 4일 롯데전에서도 한층 더 묵직해진 구위로 상대를 압도했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처럼 느렸던 공이었지만 와인드 업으로 시속 130km 중반에서 후반으로 구속이 오르자 상대가 현혹됐다.
올 시즌 최고 좌완, 아니 최고 토종 투수는 누가 될 것인가. 일단 4일 희비가 엇갈렸던 유희관과 양현종의 남은 시즌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