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첫 심리 에세이 <사람 풍경>을 출간한 이후 10년 동안 독자들과 나눈 대화와 소통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저자는 후배 여성들과 독서모임을 만들어 진행해왔다. 자기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시간을 내어 함께 이야기 나누고, 그들이 보지 못하는 마음을 읽어주면서 통찰과 지혜를 주고받았다. 그 특별한 시간 속에서 후배 여성들이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 책은 그 소중한 경험에서 도출된 노하우를 정리하여 수록하고 있다. 혼자 책을 읽으며 자기를 돌보고 싶어 하는 이들, 믿을 만한 이들과 자조 모임을 만들어 성장을 꾀하고자 하는 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편안한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았다고 한다.
<소중한 경험>의 첫 장은 스스로 독서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독서 모임의 기본 성격, 책 읽고 대화하는 법, 모임을 만들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인원, 시간, 장소 등 구체적인 운용 방법들을 세세하게 제시한다.
이어지는 세 개 장은 독서 모임에서 후배 여성들에게 받은 질문에 답한 내용들을 수록하고 있다. "내 인생은 왜 힘든가요?" "내면 아이는 몇 살인가요?" "마음 속에 머물 공간이 있나요?" "생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요?" "우리에게 필요했던 저항의 시간" 등 변화와 성장을 꾀할 때 품게 되는 개인적 의문, 사회적 현상에 대한 심리 분석과 치유방안을 모색한다.
"내면 아이는 몇 살인가요?"에서 저자는 화가 날 때마다 마구 화를 낼 게 아니라, 성인 자아가 '화내는 내면 아이'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는 내면을 보지 않기 위해 중독 물질에 매달리고, 내면을 회피하면서 타인과 상황을 탓하고, 내면을 본 적 없기 때문에 화가 날 때마다 화를 낸다는 것이다.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줄 아는 것. 그런 사람은 최소한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월호 참사는 피해 가족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되는 트라우마였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했던 저항의 시간"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정하기 어려운 이라의 실체를 꺼내 마주 보는 고통의 시간을 통과해야 할 것이다. 그때마다 도망치고 싶은 저항을 만날 것이고, 저항을 이겨내는 용기를 내어야 할 것이다."
"자기 역사로부터 도망치는 사람들"에서 저자는 "마음을 치유한다는 것은 우선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며 전문가를 찾아가 상담을 받을 여건이 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혼자 할 수 있는 치유 작업으로 '자기 역사 쓰기'를 권한다. 자기 역사 쓰기를 할 때 '삼대 삼차원'의 관점에서 기록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부모와 조부모가 살아온 역사, 그리고 개인사와 가족사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도 역사를 기록해봐야 한다고 권한다. 또한 삼 단계의 글쓰기도 제안한다. 객관적 사실들에 대해 쓰기, 그 사실들에 대한 생각 쓰기, 생각보다 더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감정 쓰기가 그것이다. 자기가 살아온 과거를 현재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미래의 삶의 방향과 통합시켰을 때 정체성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장은 독서 모임에서 읽은 도서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내면을 비춰보는 데 도움이 되고, 공감할 만한 치유 사례가 많으며, 이론이 쉽고 친절하게 설명을 책들 위주로 선정되었다. 소개된 책들을 차례로 읽어나가면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의 큰 얼개를 짚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 책이 "자조 모임을 만들어 스스로를 돌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쉽게 이용하 수 있는 편안한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소중한 경험:김형경 독서 성장 에세이>/사람풍경/314쪽/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