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정당 외교를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인다는 목표를 품고 미국에 다녀왔다. 하지만 현재 생존 중인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 용사에게 큰 절을 해서 ‘과공비례(過恭非禮·지나친 공손함은 오히려 예의가 아니다)’, ‘과한 친미’ 등의 논란을 낳은 점은 보완할 점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외교적 난제보다 더 시급한 당면과제는 스스로 총대를 멘 노동개혁 관련 국회 협상을 주도해야 하는 점이다. 김 대표는 오는 7일부터 2박3일 동안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 측 관계자는 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오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노동개혁 문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임금피크제와 노동시간 단축 관련법을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 대표가 부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은 “야당에서 국민 대타협기구를 만들자고 하거나 다른 이슈를 끼어 넣으려 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노동개혁은 그것대로 처리하고 다른 것은 다른 것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당정청 회동 직후 노동개혁을 올해 처리할 ‘핵심 의제’로 스스로 설정해 이슈로 띄운 만큼 야당과의 합의를 반드시 도출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내심으론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천제도 개편에도 공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방미 기간 동안에도 오픈프라이머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관련 정책 세미나를 열었을 정도로 공을 들인 사안이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인 정치인과 오픈프라이머리 간담회를 연 뒤 “고질적인 공천 관련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국민 참여 경선을 통해 후보를 정하는 방식인 만큼 상대 당이 경선에 참여하게 되면 그들의 후보에게 유리한 약한 후보를 고르는 ‘역선택’ 우려가 약점이다. 때문에 여야 동시에 경선을 치르기 위한 합의가 필수적이다.
새누리당으로선 새정치민주연합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야당은 김 대표가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일축하고 있어 설득이 쉽지 않다. 벌써부터 야당의 요구사안인 독일식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가 맞교환될 것이란 ‘빅딜설’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 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같이 논의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밝힌 선거제도 개편 관련 당론은 “비례대표 숫자를 줄이더라도 ‘의석수 300’의 현행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더라도 의원정수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원숫자가 늘어야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의원정수 확대 여부를 놓고 여야 간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당정청 회동에서 노동개혁뿐만 아니라 한국사 국정교과서화 문제도 향후 추진 과제로 떠안았다, 이 역시 김 대표의 고심이 깊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