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들어볼까요?
◆ 김성완> 광복 70주년이 불과 열흘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느닷없이 지난 주말부터 정부 내에서 광복절 전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 이런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속뜻,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8월 14일 공휴일이 소문이 아니라 내일 국무회의 안건에 상정되는 거 잖아요?
◆ 김성완> 맞습니다. 주말에 이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이게 정부 내에서 한 부처나, 한 부서차원에서 검토하는 게 아닐까 생각을 했는데. 하루도 안 돼서 바로 국무회의에 상정이 된다,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요. 모레 열리는 국무회의 때,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인데 그 자리에 토의안건으로 상정된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안건은 통과를 하기 위한, 그러니까 결정을 하기 위한 안건인데 이번 안건은 토의안건으로 부친 다음에 오는 11일 황교안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 때 본격적으로 안건으로 상정해서 처리한다, 이런 계획으로 지금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때 얘기를 안 하느냐, 결정을 안 하느냐 이렇게 볼 수 있잖아요. 일종의 국민여론을 일단 한번 살펴본 뒤에 황교안 총리가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이런 모양새를 취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11일날 처리하면 며칠 안 돼서 바로 쉬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 김성완> 그렇죠. 맞습니다. 그것도 사실 시일이 촉박한 그런 상황입니다.
◇ 박재홍> 너무 갑작스러운데. 그러면 8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이유는 뭡니까?
◆ 김성완> 명목상으로는 광복절이 토요일이기 때문입니다. 올해가 광복 7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고 하는데 광복절이 토요일이 되니까 뭔가 의미가 되새기기에는 약간 부족한 게 아닌가 이런 건데요. 그러니까 8월 14일 금요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금, 토, 일. 이렇게 사흘 황금연휴가 생겨나게 되니까 그 기간 중에 광복절 역사적 의미도 되새겨보고 또 메르스 여파로 경제도 상당히 위축됐다고 하고, 내수경기가 위축되어 있는데 좀 많이 어디 놀러가거나 소비를 하면 소비진작 효과도 있을 거 아니겠느냐 이런 겁니다.
◇ 박재홍> 임시공휴일 지정은 전례가 있었죠?
◆ 김성완> 두 차례의 전례가 있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폐막 이튿날인 7월 1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을 했었는데요. 이때 우리나라 대표팀이 4강까지 진출을 했잖아요. 국민들이 굉장히 흥분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그런 것을 자축하는 의미도 여기에 포함이 되어 있었고요.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88올림픽 개막식날. 그러니까 1988년 9월 17일이었는데 올림픽은 유사이래 가장 우리나라가 크게 개최한 스포츠 행사 중에서 가장 큰 행사였잖아요. 당시에는 또 굉장히 국민들의 관심도 많았고 그랬으니까 그때 그 분위기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적이 있습니다.
◇ 박재홍> 임시공휴일 지정이 되게 되면 관공서나 학교는 문을 닫을 수는 있겠습니다마는, 일반 직장인들, 기업 같은 경우에는 너무 갑작스럽게 결정이 되어서 쉴 수 있을까요, 그런데?
◆ 김성완> 글쎄요. 제가 볼 때는 아마 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부가 황금연휴를 선물로 준다는데, 휴일 하루 더 생기는데 왜 그러느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마 공무원들한테 해당되는 얘기지 일반 직장인들한테는 해당되는 얘기가 안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공무원들 같은 경우에는 정부에서 그냥 쉬라고 하면 내일 당장이라도 쉴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회사 같은 경우에는 회사 스케줄이라는 게 있잖아요. 수주받은 물량도 있을 거고. 그걸 기일에 납기를 해 줘야 하는 이런 것도 있는데.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그러다 보면 한 달 정도의 스케줄은 미리 나와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보름도 안 남겨놓고 이렇게 임시공휴일로 지정해버리면 강제하는 효과도 별로 없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아마 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더군다나 지금 또 여름철 휴가시즌이잖아요. 아마 쉬는 회사들은 이미 쉬었을 것 같고요. 그렇지 않고 직원들마다 여름휴가를 돌아가면서 쓰는 경우에도 다녀온 직원들은 모르겠지만 갈 직원들은 불만이 꽤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 대체휴일제를 예전에도 논의했던 적이 있었잖아요. 법에 명문화하자, 그래가지고 설이나 추석, 어린이날 이렇게 사흘 동안 하자고 그랬을 때 정부 여당이 반대를 해서 못했었거든요. 그랬었는데 갑자기 임시공휴일을 만든다고 하니까 휴일 주는 거 그때는 반대해놓고 지금은 또 휴일 주느냐, 이런 여론도 생겨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임시공휴일에 좀 부정적이시네요. 14일날 방송이 있기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 김성완>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씀을 하시면 제가 휴일 바라시는 분들한테 야단 맞을 것 같은데요. 사실은 저는 조금 부정적인 의견이 강합니다. 왜냐하면 세 가지 의미 때문인데요. 이게 오늘의 행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광복 70주년이라고 우리가 자꾸 얘기를 하니까 마치 70주년이 100주년 같은 느낌을 받는, 이런 현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관행상으로 꺾인 해를 더 의미를 특별하게 하잖아요. 그러니까 5년, 10년, 50년, 100년 이렇게 따지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70주년이 100주년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정부가 그만큼 70주년을 많이 강조했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느낌도 있는 것 같고. 7이라고 하는 서양에서 온 숫자가 우리한테 왠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고 이런 것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렇게 따지면 앞으로 80주년, 90주년 이런 것들도 다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이런 요건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전례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게 썩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거고요. 둘째로는 임시공휴일 지정이 국민의 뜻이라기보다는 권력자의 뜻에 가까운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메르스 사태 이후로 굉장히 많이 지쳤던 국민들에게 특별 보너스로 휴가를 준다, 이런 의미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요. 또 반대로 생각하면 메르스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정부의 무능력, 이런 것들을 좀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국정원 사찰 해킹 의혹도 지금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재벌총수 사면에 대해서는 롯데 일가의 왕자의 난 때문에 굉장히 부정적인 여론으로 돌아섰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사면을 강행할 경우에는 약간 좀 부정적인 측면도 있으니까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어떨까, 이런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 한 가지를 더 꼽자면 광복절을 건국절화 하려는, 일종의 이념공세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미국 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같은 경우에도 계속 그 얘기를 강조했었는데. 건국절과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의 치적을 굉장히 많이 강조하는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 박재홍> 여권 인사 중심으로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죠.
◆ 김성완> 이번 광복 70주년을 강조하고 또 임시공휴일까지 얘기를 한다고 하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건국절의 의미도 새삼 강조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는 거죠. 물론 말씀드렸던 것처럼 임시공휴일 하는 건 좋긴 한데요. 의도는 제대로 좀 알고 임시공휴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어요.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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