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1. 후진적인 재벌지배구조…셀프 디스카운트 부추긴다 2. 금수저 물고 태어난 재벌 3세 황제경영 3. 제도보다는 운영…주주권 제대로 행사해야 |
이 기간에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율은 33.2%에서 30.6%로 2.6% 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기관 투자자가 내다판 주식수는 15만주로 외국인 투자자들과 대조된다.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 오진원 차장은 "전부는 아니지만 합병에 반대한 상당수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시너지 효과를 통해 2020년에 매출액 60조, 세전이익 4조원의 목표달성 등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앞으로 주주친화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데 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현상이 빚어지는 걸까?
주총을 통과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 : 0.35, 삼성물산 주식 3주가 제일모직 주식 1주 정도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결정됐다.
이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출된 것으로 적법하다는데 모두가 동의한다.
문제는 합병비율을 산출한 시점이다.
하필 삼성물산 주가가 가장 낮을 때, 제일모직 주가가 가장 높을 때를 잡아 합병비율을 산출한 것이 문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이 없고 제일모직에는 23.2%를 가진 최대주주다. 합병이 이뤄지면 이 부회장은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회사가 되는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을 추가 비용없이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외신이나 시장에서 이번 합병결정이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이유다.
사회적 책임투자 컨설팅업체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삼성물산 주가가 그렇게 낮은 시점에서 합병을 결정한 것은 삼성이 범죄자가 되는 것만 피했다고 본다. 삼성은 법의 잣대로 적법하게 했는데 왜 문제 삼느냐고 얘기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에게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보면 이 부회장의 부를 극대화시키는 구도 속에서 이뤄진 것이다.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그런 거다. 이번 사태는 한국자본시장에는 참사나 다름없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레이트가 더 떨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을 표방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인 삼성이 경영권 승계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하고 주주들의 입장을 배려할 수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문제는 삼성만이 아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그룹이 연구개발에 투자하진 않고 삼성동 한전부지를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사들여 주가가 폭락했고 최근에는 롯데그룹이 형제난으로 외신으로부터 후진적 재벌경영의 폐해를 보여준다는 조롱을 받고 있다.
이렇게 재벌그룹들이 글로벌한 기준과는 동떨어진 악수를 두는 현실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재벌그룹의 소유지배구조와 문화 개선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