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직원이라는 상대방은 "곽씨 명의로 우체국 통장이 개설됐다"고 운을 뗐다.
우체국 통장을 만든 적도 없던 터였지만 그는 "새 통장이 대포 통장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경고에 덜컥 겁을 먹었다.
자칭 우체국 직원은 "통장 사용을 즉시 중지시켜 주겠다"고 안심시킨 뒤 "금융감독원과 경찰에 신고를 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걸려온 전화 한통. 곽씨는 경찰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수화기 너머 상대편은 "개인정보가 유출돼 전화금융사기단이 예금을 빼내갈 수 있으니 안전한 보관함에 넣어둬라"고 다그치며 지하철역 물품보관함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
다급해진 곽씨는 대출금과 예금 1억 2천만 원을 인출해 지하철역 보관함에 넣어뒀지만 이 돈은 고스란히 보이스피싱 일당의 손에 넘어갔다.
경북 구미에 사는 김모(79) 할아버지도 지난 6월 똑같은 낭패를 당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은행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구미 기차역 물품보관소로 달려가 6천만 원을 숨겼다.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역으로 되돌아왔지만 돈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이처럼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돈을 보관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가로챈 신종 보이스피싱 일당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28일 사기 등의 혐의로 김모(16)군 등 5명을 붙잡아 3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대구, 서울, 부산, 등지를 넘나들며 금융기관 등을 사칭해 피해자 4명을 속여 2억 6천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일당은 기차나 지하철역에 숨어 있다가 피해자가 돈을 보관함에 맡겨두자마자 곧바로 꺼내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일당이 챙긴 수익금 중 일부가 경기도 수원의 한 환전소를 통해 중국 총책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하고 환전상 박모(38)씨 등 2명도 구속했다.
환전상들이 최근 2년간 환치기 수법으로 중국에 보낸 44억 가운데 상당액이 금융사기 수익금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넓혀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신분 노출을 막으면서 빠르게 송금할 수 있는 환전소가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갈수록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요령(http://phishing-keeper.fss.or.kr)을 습득해 둘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