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 맞춤형 속임수'…보이스피싱 중국 총책 검거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2개 조직의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한국 경찰이 직접 중국에서 중국 공안과 공조 수사한 첫 사례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광저우(廣州) 총책 이모(31)씨 등 13명을 구속하고, 칭다오(靑島) 콜센터 전화상담원 최모(31)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또 팀장급 조직원 윤모(31)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 사법당국은 칭다오 조직 총책 조선족 이모(32)씨 등 2명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광저우 총책 이씨는 2012년 10월 국내에서 경영하던 유흥업소의 운영이 어려워지자 중국인 이른바 '백사장'으로부터 돈을 지원받아 중국 광저우의 한 아파트에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차렸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유흥업소 웨이터들에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가 있다"며 조직원으로 끌어들인 뒤 중국 콜센터에서 팀장과 전화상담원, 인출관리 등 3개 역할의 팀을 나눠 범행을 시작했다.

이씨 등은 이때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내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보이스피싱을 시도했으며, 모두 177명으로부터 10억 원을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직원들은 범죄 수익을 나누는 문제로 불만을 품고, 칭다오로 옮겨 그곳의 한 아파트에 콜센터를 따로 만들었다.

이들은 같이 일하던 조직원과 조선족을 끌어들여 팀을 만든 뒤, 같은 수법으로 지난 5월까지 모두 246명을 속여 11억 4000만원을 뜯어냈다.

◇ 80여 가지 맞춤형 속임수로 돈 뜯어내

이들 조직은 80여 가지 다양한 수법을 만들어 피해자들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활용했다.

빚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겠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거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대출업체에서의 조회기록을 삭제해주겠다고 속였다.

또 부동산 업자를 사칭해 팔려고 내놓은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시세평가서'를 원한다며 시세의 1%를 받아 챙기고, 휴대전화를 개통해 보내주면 노트북을 보내주겠다고 속여 휴대전화만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평소 가명을 사용하고, 일주일의 시간 간격을 두고 출입국을 하는 등 수사기관에 검거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행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콜센터가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에 있어 국내에서 활동하는 인출책 등 검거에만 머물러 있었다"며 "인터폴 공조수사 요청에도 해당 국가의 미온적 반응으로 총책 검거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 고위 간부를 직접 중국에 파견해 공안 수사책임자와 공조한 끝에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2개 조직원을 일망타진 하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폭력배'와 같은 범죄단체 구성요건에 해당되는지 검토하는 한편, 도주한 정모(31)씨 등 4명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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