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파문…조선업에 독 되고 약도 될 '해양플랜트'

조선 '빅3' 10년만에 동시 대규모 적자 예상 "해양플랜트 포기 말아야"

자료사진
국내 조선 3사가 저유가에 해양플랜트 악재까지 겹치면서 10년만에 동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조선 3사는 올해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국내 '빅3' 조선사는 올 2분기 영업 적자가 확실시 된다. 이들 3개사는 이르면 다음주, 늦으면 다음달 중순 쯤 순차적으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 대우조선해양 2분기 손실액 최소 2조 이상…현대·삼성중공업도 부진

해양플랜트사업 손실 은폐 의혹으로 파문을 몰고 온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에 43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8년여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 해양플랜트 부분에서 발생한 손실이 반영되면 2분기 손실액은 최소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3조원 대 영업손실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에 19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는 1000억원 수준의 흑자를 내는데 그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26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500여억원 규모의 소폭 흑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 빅3가 대규모 동시 영업 적자를 예상하는 것은 2005년 1분기 이후 10년만이다.

10년전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외부요인으로 수백억원대 적자가 났다면, 현재는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에서 조 단위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 대우조선해양 손실 은폐 의혹 왜? 독(毒) 이 된 해양플랜트 사업

조선 3사의 영업실적 악화가 지속되는 것은 저유가와 더불어 해양플랜트 사업의 영향이 크다.

국내 조선업계는 2010년 이후 유럽발 재정 위기의 영향으로 상선 수주가 급감하자 1기에 수십척 선박 발주 효과가 있는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러나 국내 조선업계는 이 사업 분야에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잦은 설계 변경과 공기 지연을 불러왔고 이는 공사비 상승으로 연결돼 손실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이다.

또 해양플랜트에 장착되는 부품의 절반 이상이 공사 끝 단계에 장착되는 고가 수입품이어서 인도를 앞둔 시점에 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된 것도 손실 급증의 한 이유다.

올해 해양플랜트 사업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드러나는 것은 2012~2013년에 수주했던 플랜트 공사의 인도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 조선 빅3, 해양플랜트서 부문만 1년간 8조원 손실 "경험, 자체기술 부족"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1~2012년 노르웨이에서 시추선 4척을 수주했지만 수 차례 설계 변경으로 납기가 지연돼 건조 비용은 수주 금액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났다.대우조선해양은 2분기에만 최대 3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삼성중공업도 2013년 나이지리아에서 수주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등의 납기가 지연되면서 1조원대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해 수주한 '호주 고르곤 FPSO 프로젝트' 등의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최대 4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조원 넘게 손실을 낸 현대중공업과 최근 수조원대 손실이 드러난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조선3사의 최근 1년간 해양플랜트 부문 손실액은 8조원을 넘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조선 3사가 수주 실적을 높이기 위해 경험이 없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 들었다 큰 손실을 입고 있다"며 "사업에서 손을 떼야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조선업계의 실적 부진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조선3사도 사업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올들어 해양플랜트를 1건도 수주하지 않았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올해 해양플랜트 수주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향후 해양플랜트 수주는 저유가와 사업 리스크 정도를 신중히 고려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해양플랜트, 조선업에 약(藥)이 될 미래 전략 사업 "경쟁력 키워야"

그러나 해양플랜트는 조선업계의 미래를 담보할 전략사업으로 포기해서는 안된다는게 업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선만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 해양플랜트는 리스크가 큰 사업분야지만 동시에 한국 조선산업을 먹여살릴 미래 성장 동력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럴당 80달러가 넘는 고유가 시대가 오면 해양플랜트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심해 원유 생산설비 발주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기본설계 기술을 확보하고 전문인력을 육성해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우리 조선산업이 당면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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