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없애고 가입기간 늘려야…국민연금-기초연금 연계 발전 모색"
그리스의 공적 연금 제도는 높은 소득대체율로 '악명'이 높다. 퇴직 전 벌던 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 비율인 소득대체율은 한때 90%에 달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흔히 받는 비판대로 이 같은 '퍼주기 복지'의 혜택을 국민들은 제대로 누렸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리스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나쁜 상황이다.
그리스 재정 파탄의 원인 중 하나로 공적 연금 등 과도한 복지 정책이 지적받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의 공적 연금 제도를 통해 한국이 배워야 할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소개한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15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연금이슈&동향분석' 최근호에 실린 '그리스의 연금개혁과 시사점'(정인영 부연구위원)을 보면 연금개혁이 이뤄진 2010년 소득비례연금(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의 소득대체율(40년 가입자 기준)은 90% 수준이었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평균적으로 벌어온 소득에 비해 얼마만큼의 연금을 지급받는지를 뜻한다.
소득비례연금뿐 아니라 한국의 기초노령연금(월 15~20만원 지급)과 비슷한 '최저연금 제도'도 운영돼 근로자 평균소득의 30%에 달하는 급여도 제공됐다.
2010년 개혁을 통해 소득대체율은 64%(2012년 기준)로 줄었지만, 이 때에도 여전히 OECD 평균(57.9%)이나 독일(42.0%), 영국(37.9%), 일본(37.5%), 한국(43.9%)보다 높았다.
소득비례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높은데다 노인기초보장제도를 통해 적지 않은 급여도 제공됐지만 노인빈곤율(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높았다. 연금 혜택이 많아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수의 노인들이 빈곤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스의 노인 빈곤율은 2010년 15.8%로 OECD 평균(12.8%)이나 영국(8.6%), 독일(10.5%)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바로 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넓은데다 연금 가입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한국 역시 그리스처럼 공적연금의 사각지대가 넓고 가입기간이 짧으며 노인빈곤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지하경제가 크고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이로 인해 소득파악률은 낮다"며 "아울러 노인빈곤율은 높고 광범위한 공적연금의 사각지대 문제, 짧은 연금 가입기간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높은 노인빈곤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연금 적용의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가입기간을 확대해 급여의 적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국민연금 관련 정책에서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10년 기준 47.2%나 된다. 이는 그해 OECD 평균(12.8%)은 물론 그리스(15.8%)보다도 훨씬 높다.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 파악률이 62.7%에 그치고 고소득 전문직의 탈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역사가 길지 않아 국민연금의 평균 가입기간은 24년으로 그리스(2010년 기준 25.1년)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페인 37.6년, 스웨덴 37.0년, 영국 35.0년에 비해 상당히 짧은 편이다.
최근 정부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불안정한 노동자나 비경제활동 인구는 연금의 혜택을 못보는 연금 사각지대가 넓은 편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더라도 짧은 고용 기간 탓에 연금 납부 기간이 짧아 수령액 자체가 적은 경우가 많다.
보고서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사이에 안정적인 관계와 적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리스의 경우 관대한 최저연금을 제공해 연금 지출에 대한 압박이 있었다"며 "소득비례연금의 성숙도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최저연금을 도입해 소득비례연금의 발전 기반을 와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리스의 사례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면서 "다만, 두 제도가 어떻게 연계되고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