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불법감청 혐의 있으면 국정원 수사"

"어떤 수단 이용하든 내국인 대상 엿듣는 행위는 불법감청"

국가정보원이 해외로부터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불법 감청을 했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면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은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 해킹업체인 '해킹팀(hacking team)'으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사들여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 등을 불법 감청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국가정보원은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통비법은 범죄 수사나 국가안보 목적 등을 제외한 감청을 금지하고 있다. 감청은 범죄의 실행이나 계획을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를 막기 어려울 경우에만 허용된다.


또 감청을 하더라도 피의자나 피내사자별로 법원의 허가, 즉 영장을 발부 받아야 한다. 아울러 정보수사기관은 감청설비를 도입한 경우 그 종류와 수량, 성능, 도입 시기 등을 반기별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통비법은 이같은 규정을 어겼을 경우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정당한 사유 없이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또는 프로그램 등을 훼손 멸실 변경 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악성 프로그램을 전달 또는 유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14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해킹 프로그램은) 대북심리전 연구개발을 위해 구입했을 뿐 내국인을 대상으로 활용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국회에 이 프로그램 구입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감청‘설비‘가 아니라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이 프로그램의 실제 사용 대상에 대해서는 “한국인이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이나 북한을 대상으로 감청을 실시한 만큼 영장을 발부받을 의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제기된 의혹과 국정원의 해명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어떤 수단을 이용하든 내국인을 대상으로 음향과 문언 부호, 영상을 몰래 엿듣는 행위는 불법감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국정원이 불법감청을 했다는 혐의가 드러난 것은 없다”면서도 “혐의가 있으면 당연히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수사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실제로 검찰은 과거 국정원의 불법 감청을 수사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 2005년 국정원의 전신 안기부의 불법감청 사건인 이른바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을 수사해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143일 동안 수사를 벌였으며 사상 처음으로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그 때 수사를 지휘했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 현재 황교안 총리이다.

당시 국정원은 전화국을 통하는 유선중계통신망 도청 장비인 R2‘와 이동식 이동통신 도청장비인 ’카스‘를 직접개발한 뒤 임동원 신건 전 원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은 지난 2005년 엑스파일 사건 뒤 “감청장비를 갖고 있으면 불법 감청의 유혹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카스’ 등을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그동안 휴대전화 불법감청은 단 한 건도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국정원이 ‘해킹팀’과 지난 2010년부터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주장을 무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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