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상점들 신용카드 꺼려…부촌에도 찬바람

현금고갈 전망에 부유층도 위축…"모두 제각각 악영향 받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발치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크리스토스씨는 요즘 관광객을 상대할 때 더 활짝 웃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29일 은행들이 영업을 중단한 이후 현금이 귀해지면서 잔돈이 부족해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신용카드조차 받을 수 없어 일일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근에서 20여개 카페가 관광객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크리스토스씨는 7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손님이 신용카드를 긁으면 중계자인 은행들은 중간에 열흘 정도 돈을 갖고 있을 수 있는데 요새는 이 기한을 모두 쓴다"면서 "잠시라도 잔고를 늘려 현금인출기 앞에 줄을 선 사람들에게 돈을 내주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FAZ는 크리스토스 씨 같은 사례는 앞으로 그리스가 직면할 어려움의 예고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그리스의 일상은 불확실성의 베일에 싸여 있다.


현금 부족은 이미 만연했다. 점점 더 많은 현금자동인출기가 비고, 인출기 앞줄은 갈수록 길어지는 실정이다. 그마저도 조만간 중단될지 모른다.

시민들은 현금지급이 중단되는 시점을 8일 또는 10일로 추정하고 있다. 고액권으로 돈을 내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잔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많은 카페는 계산대에 몇백 유로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리스 약국의 선반은 아직 차 있지만, 이미 간질약이나 혈액응고제 등은 부족해지는 상황이다.

그리스는 와인이나 올리브, 레몬 등의 산지지만, 육류가 극히 부족해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육류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FAZ는 내다봤다.

경제 불안은 일반 소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유층들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소비를 자제하고 있다.

발렌티노 구두부터 다이아몬드 반지, 요트 장비까지 각종 고가품을 파는 아테네 북부 키피시아 명품거리에도 손님이 뚝 끊겼다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국민의 61.3%가 긴축 반대에 표를 던졌음에도 아테네의 대표적 부촌인 키피시아에서는 63.9%의 주민이 정부가 긴축안을 수용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그리스 위기로 달라진 삶을 살고 있다.

이곳에서 아동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니키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며 "은행이 어떻게 될지 소식이 들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키피시아 거리의 상인들은 현금인출 제한이 없는 외국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 현금이 부족한 그리스 상인들은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는 손님에게 판매 물품을 숨기기까지 한다.

키피시아 주민인 파나요티스 포티요는 "정부가 유로존 이탈을 원하고 있으며 그리스가 곧 드라크마 체제로 회귀할 것"이라며 자신의 운명을 걱정했다.

그는 "이곳은 그리스에서 가장 부유한 곳이라서 상점이 문을 닫거나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구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모두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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