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를 찍어냄으로써 단기적으로 당 장악과 함께 국정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특정 정치인과의 감정 대립이 크게 부각되면서 대통령이라는 공적 이미지와 리더십이 훼손되고 이에 따라 장기적인 차원의 국정운영에서는 손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면 비판에 따라 유 원내대표가 결국 사퇴를 한 것은 박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임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관철시킴으로써 박 대통령이 살아있는 현실의 권력이라는 점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전문가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으로 향하던 힘의 물줄기를 다시 돌림으로써, 이후 누가 원내대표를 맡든, 친박계이든 비박계이든, 정책 결정을 할 때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청와대의 의중을 고려하는 당청관계를 설정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용인대 최창열 교수는 “박 대통령이 단기적인 차원에서 집권 3년차 당청관계를 장악해 여권내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고 ‘증세없는 복지’ 정책과 ‘법인세 인상’ 문제 등 논란이 된 현안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이익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투표 등 적법절차를 거쳐 선출한 유 원내대표를 대통령의 날 선 비판으로 사퇴를 시키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가라는 근본 의문이 제기되면서 장기적인 차원에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 손상 등 여론 악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하면서 던진 메시지도 바로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이 헌법가치를 훼손했음을 정면에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비민주적 정치 스타일’로 ‘왕조시대 제왕적 리더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 여론이 일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용인대 최창열 교수는 “날선 거친 언어로 유 원내대표를 찍어내는 모습은 국정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 지도자가 아니라 특정 정파의 수장처럼 비쳐져 리더십의 훼손이 우려되고, 이는 중장기적으로 정치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특정 정치인과의 감정 대립이 워낙 크게 부각되면서 대통령이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지도자라는 공적 이미지가 훼손된 반면 특정 정파의 수장과 같은 사적인 이미지가 강화됐다”며 “총량적으로 득실을 따져볼 때 마이너스가 더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에 대한 장악력을 통해 국정 주도권을 확보한 것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번 사태를 계기로 친박계의 열세가 여실히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친박계는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관철시키기 위해 의원총회 소집을 추진했지만 열세가 확인되면서 밀어부치지 못했다.
계파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날 내년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도 박 대통령이 힘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