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유승민, 친박 시나리오는 '대략난감'

3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
청와대와 당내 친박 그룹으로부터 강한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일에도 당내 회의와 국회 운영위를 주재하는 등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 처럼 업무를 수행했다.

2일 최고위원회에서 자신의 거취를 둘러싸고 최고위원끼리 고성이 오가고 욕설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고 넘긴 그는 친박 그룹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시기로 정해두고 기다리고 있는 6일 본회의를 역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맞아 가는 분위기다.


6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최종적으로 폐기하는 절차를 마무리 한 뒤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날 거취를 표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가 추가경정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오는 23일 본회의까지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적어도 이때까지는 거취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오히려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모 의원에게 당내 특위를 맡아 달라고 부탁하는 등 원내 업무를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거취표명이 임박했다는 전망을 일축했다.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이렇게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 들면서 당내 친박그룹들의 조바심은 도를 더해가고 있다.

당내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좌장역할을 하고 있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일단 6일까지는 기다리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우선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내 친박계 인사들은 이번 주말동안 별도의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길어진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와 친박계가 구사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태흠 의원을 중심으로 의원총회 소집요구안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서명을 받았지만 의총 카드를 던지기도 쉽지 않다.

유승민 대표측은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문제가 제기될 경우 표대결도 불사한다는 방침아래 표분석에 들어갔고 친 유승민 120대 반 유승민 30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물론 이로부터 일주일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극심한 당청 갈등의 후폭풍을 걱정하는 의원들이 좀 증가할 수 있겠지만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유 원내대표측은 보고 있다.

이런 표차이라면 유승민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찬반투표에서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비박 지도부 해산을 위해 서청원, 이정현 등 친박 최고위원들이 집단사퇴하는 방안도 제기되지만 현재와 같은 계파구도 속에서 당권을 잡을 가능성도 요원하다.

더 강력한 수단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이나 친박계 의원들이 탈당해 분당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임기의 절반이상을 남긴 상태에서 여당없이 국정을 운영하기도 어려워 대안이 되기 힘들다.

이래저래 당내 친박계로서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을 압박할 뾰족한 수단이 없는 가운데 주말을 맞아 고심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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