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청와대가 '유승민 찍어내기'를 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갈등의 배경이 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한 반박, 정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초동 대응 미흡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이 실장은 거부권 행사와 유 원내대표 배제를 연결 짓는 것은 '비약'이라면서도 개정 국회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야당의 청와대에 대한 비판은 국회법 개정 취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변화,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를 피력하며 언급한 '배신의 정치' 발언에 대한 부적절성에 집중됐다.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1998년 유사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안상수안)을 공동 발의했던 거듭 부각시키면서 이번 거부권 행사의 모순을 지적했다.
같은 당 강동원 의원은 "2015년 6월 25일(거부권 행사일)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침공한 날"이라면서 특히 "형식적으로는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국회를 거부한 '유신의 부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은 특히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에 대해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뒷전으로 한 배신의 정치'라고 했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춘석, 진선미, 최민희, 이언주 등 운영위 소속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당시 발언을 작성한 청와대 인사가 누구인지 캐물으며 책임을 따졌다.
이에 이 실장은 "대통령이 표현할 수 있는 성격의 발언"이라며 박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과 유승민 원내대표의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듯 국회법과 거부권과 관련해선 질의를 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배신' 발언의 배경으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 비서실 '3인방'을 거론하며 이 실장이 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이 실장은 "(대통령과) 언제든 독대할 수 있다"며 "아직까지 3인방이란 말이 나오는 것에 자괴감을 느낀다"며 강력 부인했다.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자 유 원내대표가 오히려 청와대를 방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에 대한 표현을 할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달라"며 "오늘 결산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 제가 이 회의를 소집하자고 그런 것이니 결산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메르스 초동 대응 실패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이 실장은 "(메르스가) 거의 안정세가 돼가는 마당이기 때문에 안정이 된 다음에 (사과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사과가 됐든, 향후 대책이 됐든 어떤 형태든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과가 급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메르스 퇴치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기"라며 "(메르스를) 척결한 다음에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승민 원내대표는 회의 마지막 발언을 통해 당초 지난 2일 예정됐던 운영위가 이날로 연기된 데 대해 유감을 피력했다.
이병기 비서실장은 운영위 시작 전후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각각 만나 대화를 나눴다. 유 원내대표는 이 실장과 만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직 사퇴 등 '거취'와 관련된 말이 오갔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