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관련해 국회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개정 국회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폈던 박근혜 대통령에 반대했던 정 의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믹타 국회의장단인 이르만 구스만 인도네시아 상원의장과 스티븐 패리 오스트레일리아 상원의장 등을 접견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정의화 의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정 의장을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애초 이날 행사를 오찬간담회로 여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접견 행사로 축소하고 정의화 의장을 초청대상에서 제외했다.
믹타회원국 국회의장단이 청와대를 방문한다고 해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반드시 참석해야할 이유는 없다. 각국 의장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길에 청와대의 초청이나 의장의 요청으로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청와대에 가서 박 대통령을 만난 국회의장들은 분명히 경우가 다르다. 중견국 의장들은 정의화 의장이 주도한 믹타 국회의장단회의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중이었을 뿐아니라 청와대 대통령 접견일정도 정의화 의장실이 추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중견국 국회의장 초청자인 정의화 국회의장이 청와대로 가서 의장단을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안내를 맡는 것이 자연스럽고 외빈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정 의장은 지난 1일부터 5일 일정으로 서울에서 세계의 미래를 위한 의회의 주도력을 주제로 국회의장단 회의를 진행중이며 청와대 방문은 큰 틀에서 이 행사의 한개 구성요소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들이 있기 때문에 믹타의장국 의장들이 참석하는 청와대 접견행사에서 정의화 의장이 빠진 건 자연스럽지 않을 뿐아니라 어떤 곡절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와관련해 "애초 오찬을 검토했다가 대통령의 다른 일정 때문에 취소했는데, 접견이라도 해달라는 의장실 쪽 요청이 있어 대체한 것일 뿐이고, 의장실과 논의결과 관례상 국회의장이 접견을 안내하지는 않아 이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접견 요청의 당사자가 의장실이고 정의화 의장이 믹타의장국회의의 호스트격이란 상황을 감안할 때 불참이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보다 청와대와 국회의장간 구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의장실은 정의장이 초청받지 못한데 대해 직접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예측해보면 알 것" "생각해보면 의장실 분위기를 알 것"이란 입장을 밝히며 불편해 했다.
정의장은 지난해 초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과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경합해 이길때부터 청와대와 껄끄럽다는 말들이 많았는데, 이후에도 청와대의 법안처리 요청을 뿌리치고 야당과 함께 가는 원만한 국회운영에 주력하다 보니 청와대와의 관계는 계속 나빠졌다.
특히, 의장의 이런 국회운영방식이 개인의 대권욕 때문이라는 불만이 여권 주류내부에서 적잖이 터져 나와, 국회법 처리 국면에서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회를 법안처리의 수단시하는 쪽의 다분히 일방적인 생각일뿐 정의화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잡은 뒤 국회는 커다란 충돌이나 잡음없이 비교적 원만히 운영돼 왔고 여야 원내지도부도 의장에 대한 불만이 크지 않아 국회운영 역량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그래서 정의화 의장이 초청대상에서 빠진 뒷맛이 더 개운치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