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나머지 여권 실세 정치인들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려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4월 9일 북한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 전 회장의 시신에서 여권 실세 정치인 8명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되면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 조그만 메모지에는 김기춘(10만달러), 허태열(7억원), 홍문종(2억원), 유정복(3억원),홍준표(1억원), 부산시장(2억원), 이병기, 이완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각각의 이름 옆에는 금액이 적혀 있었다.
수사팀 사법처리의 칼날은 이완구·홍준표 두사람 에게만 머물렀다.
수사팀 관계자는 "의혹 시점에 경남기업에서 조성된 비자금 현금 인출 내역을 하루하루 다 검증했고, 현금 조성된 비자금의 총합이 리스트에 기재된 그 액수만큼 나오는지 모두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검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6명에 대한 혐의입증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마땅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과연 리스트 속 6인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일까?
이 같은 결론은 수사팀이 성 전 회장이 보유했던 가용 가능한 비자금 총액을 모두 파악하고 그 비자금의 용처 역시 모두 파악했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가 경남기업 비리를 수사하면서 밝혀낸 성 전 회장의 비자금 규모는 건설사 현장전도금 32억원여원이었다.
수사팀은 일단 성 전 회장이 가용할 수 있는 비자금의 루트는 모두 검증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반면 수사팀이 밝혀낸 불법 정치자금 규모는 홍준표 경남지사 1억원, 이완구 국무총리 3천만원, 새누리당 전직 수석부대변인 2억원, 김한길·이인제 의원이 각각 수천만원으로 모두 합쳐도 3억~4억원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넉넉잡는다 해도 현장전도금 32억여원 중에서 27억여원 가량 비자금의 용처는 아직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수사팀 역시 계좌에서 계좌로 돈이 오간 다음 현금으로 인출된 이후의 용처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현금화된 비자금의 용처는 사용자인 성 전 회장이 없는 이상 측근들의 기억과 진술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 전 회장이 돈의 용처를 매우 세심하게 관리한 것도 수사를 힘들게 한 요인이다.
성 전 회장은 가급적 비서진이나 참모진으로 하여금 컴퓨터 등으로 작업을 못하게 하고 연필로 기록한 뒤 필요가 없어지면 즉시 파쇄토록 하는 등 돈의 용처가 유출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수사팀은 경남기업 임직원들이나 성 전 회장 측근들의 진술에 과도하게 의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경남기업 비리 수사과정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돈을 건네줬다는 진술을 해 성 전 회장을 진노케 했던 한모 경남기업 부사장이다.
한 부사장이 알고 있는 돈의 용처를 모두 말한 것도 아니다.
수사팀 관계자는 "한모 부사장이 기억하는 몇 가지의 경우 더 뚜렷하게 돈의 최종 용처를 밝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한 부사장이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선택적으로 돈의 용처를 진술했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답변드릴 성격의 것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결론적으로 무혐의 결론이 난 '성완종 리스트' 인물 6명은 결백이 증명됐다기 보다는 유죄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불구속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가 수사결과 발표 뒤 자신의 SNS에 남긴 "성완종의 메모 중에서 홍준표에 대한 것만 사실이고 다른 분들 것은 모두 허위였다는 말입니까?" 반문에 명쾌한 답을 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리스트 속 인물 6명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는 숙제는 특검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