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 (고발인)
땅콩회항으로 문제가 되었던 대한항공. 이번에는 승무원에게 기내 면세품 판매를 강요한 혐의로 고발을 당했습니다. 실적이 저조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면서 판매를 강요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고발장을 제출한 고발인들 중 한 분의 목소리를 통해서 대한항공의 기내 면세품 판매 문제에 대해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대상 보호를 위해서 익명 처리와 음성변조를 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나와 계시죠?
◆ ○○○> 안녕하세요.
◇ 박재홍> 우선 대한항공과 조현아, 조현민, 조원태 삼남매를 피고발인으로 고발하셨는데 어떤 취지로 고발하신 거죠?
◆ ○○○> 땅콩회항사건 항소심 선고가 끝나고 나서 이제 좀 기업환경을 갖출 줄 알았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이버스카이에 대한 조사를 접하면서 총수 일가의 부당이익이나 부당노동에 대해서 고발을 하게 된 거예요.
◇ 박재홍> 그러면 각각 어떤 혐의로 고발하신 거죠?
◆ ○○○> 우선 피고발인은 대한항공 조현아, 조원태, 조현민이고요. 이들을 공통적으로 업무상 횡령과 배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배임 위반으로 고발 했고요. 대한항공은 불법 노동력 착취라는 점을 추가했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불법 노동력 착취 부분인데, 어떤 점이 불법적이었습니까?
◆ ○○○>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기내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전혀 인센티브나 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요. 비행 중에 판매라는 다른 업무에 종사를 해야 된다라는 것이 굉장히 화가 나는 상황인 거죠.
◇ 박재홍> 알겠습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기내 면세 판매에 압박을 느낀다라는 말씀인데. 회사 측에서 어떤 식으로 판매를 강요했던 겁니까?
◆ ○○○> 기내 판매 목표액이 있어요. 그래서 그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면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승무원 스스로 알고 있고요. 그 면세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서 계속 비행 중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예요. 땅콩회항 사건 이후에, 팀장들 회의에서는 절대 강요하는 거 아니라고 하면서도 판매 목표액이 매달 정해졌고요. 또 인사고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로는 그러지만 믿는 사람도 없고요.
그런데 분명히 판매를 잘하는 승무원은 진급을 해요. 그리고 '기내 판매 사전 주문'이란 것이 있는데요. 이것은 왕복 항공권의 경우 여행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주문을 하고, 되돌아오는 항공편에 면세품을 받을 수 있도록 미리 주문하는 방식인데요. 이 구매 신청서에 쓰는 승무원의 이름이 그 승무원의 인사고과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그런 식의 경쟁관계도 승무원 사이에서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요.
◇ 박재홍> 그런데 대한항공 측 입장은 '판매를 잘 했을 때 인센티브는 줬지만 불이익을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렇게 해명하고 있는데요.
◆ ○○○> 인센티브를 거의 받은 적이 없는데요?
◇ 박재홍> 판매를 잘했다고 해도?
◆ ○○○> 진급에 영향은 미치지만 인센티브는 없었어요.
◇ 박재홍> 진급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죠?
◆ ○○○> (판매를 못했을 때) 진급을 하지 못하는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승진을 못하게 한다는 말씀인가요?
◆ ○○○> 네.
◆ ○○○> 판매를 많이 하기 위해서 승무원들이 계속 서 있어야 되는 상황이에요. 심지어 착륙하는 순간에도 서서 결제를 하거나 판매를 해야 되기 때문에 기내에 카트를 제자리에 갖다놓고 착석을 해야 되는 경우가 있는데도 판매를 해야 하니까 기류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그 카트에 부딪혀서 다치기도 하고요.
◇ 박재홍> 착륙 전에 판매를 하다 보면 부상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회사 측에서 안전에 대한 조치라든가, 그렇게까지 하지 마라는 조치가 없었습니까?
◆ ○○○> 그런 조치 없고요. 공상 처리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 박재홍> 아, 그래요? 공무상 상해처리조차 안 된다? 그러면 굉장히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 ○○○> 네. 그리고 홍보에 굉장히 열을 올려서 서로 판매실적을 높이기 위해 같은 팀원 안에서도 같이 경쟁을 굉장히 많이 하고 신경전까지 벌이는 그런 상황이라고 알고 있어요.
◇ 박재홍> 그러니까 기내 승무원끼리도 누가 판매를 했단 실적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승무원끼리도 경쟁을 한다?
◆ ○○○> 네. 그것이 인사고과에 30%를 반영을 한다고 합니다.
◇ 박재홍> 굉장히 많은 수치네요, 30% 정도면. 그래서 승무원들이 문제를 삼아서 소송까지 하게 된 것인데요. 실제로 기내 승무원들이 판매 압박을 굉장히 많이 느끼시나 봅니다. 실제로 어떤 말씀들을 많이 하시나요?
◆ ○○○> 서비스업이다 보니까 승객 안전과 같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을 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판매를 해야 한다는 자괴감 같은 것도 느끼고 있고요. 또 세계 각국 외화를 계산하다 보면 돈이 빌 때가 있어서 그 차액을 승무원들이 다 물어내야 된대요. 그럴 때 팀장의 권한에 따라서 판매를 한 담당 승무원이 물어내야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거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굉장하죠.
◇ 박재홍> 일각에서는 친척과 지인까지 면세품 판매에 동원된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건 무슨 말인가요?
◆ ○○○> 지금은 그런 게 없어졌다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판매액을 높이기 위해서 승무원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스카이숍 카탈로그를 보여주면서 구매를 유도했대요. 그럴 때 승무원이 대신 사서 전달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면세품 판매는 출국자에게만 이루어져야 되는데 그건 어떻게 보면 대한항공이 관세법 위반을 한 거죠.
◇ 박재홍> 그러니까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는 사람도 면세품을 불법적으로 사게 되는 거네요.
◆ ○○○> 네.
◇ 박재홍> 그런 사례가 꽤 많았습니까, 과거에는?
◆ ○○○> 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게 관세법 문제로 불거지면서 슬그머니 없어졌어요.
◇ 박재홍> 아무튼 과거에는 그런 일이 관행처럼 있었다는 말씀이네요. 이렇게 소송까지 제기한 걸 보니까 굉장히 최근에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한 것 같은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 ○○○> 예전부터 고질적으로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면세품 판매에 대해서 압박감이 항상 있어 왔고요. 2011년인가 2012년도에 기내 면세품 판매 때문에 승무원이 자살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 일이 언론에 잠깐 나온 적도 있었고요.
◇ 박재홍> 자살까지요? 그러면 과거에도 그런 관행이 있었는데 왜 지금 이렇게 문제가 제기된 겁니까?
◆ ○○○> 그때 그 사건을 다뤘던 어떤 일간지 기자님 말씀이 그 당시에 승무원들이 입을 다물고 선뜻 나서서 상황을 밝히지 않으셨기 때문에 다루지를 못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는 승무원들이 감추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이번에 고발장을 접수한 사람들은 승무원 지인으로써 그 승무원을 대신해서 고발하게 된 거고요.
◇ 박재홍> 이번에는 승무원들도 현직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승무원 지인의 이름으로 현재 고발장을 제출하신 거네요. 지난번 자살까지 하셨던 분은 진짜로 엄청난 압박을 받으셨나 보네요.
◆ ○○○> 그때 그분이 2년차인가 아주 신입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아마 판매수량이랑 금액이 일치하지 않아서 그거에 대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컸다고 들었어요.
◇ 박재홍> 아무리 그래도 자살까지 선택할 정도로... 그러니까 그야말로 회사에서 어떤 심리적인 압박을 굉장히 많이 받았었던 거네요.
◆ ○○○> 네.
◇ 박재홍> 그리고 그런 압박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발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어려운 시간 내주셨네요. 말씀 고맙습니다.
◆ ○○○>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대한항공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고발인 중 한 분의 목소리 익명으로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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