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2030년 37% 감축…안팎 눈치만 본 '궁여지책'

원천 증설, 국제시장 추가감축에 기대…실현가능성에 의문

윤성규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30일 우리나라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규석 기자)
우리 정부가 30일,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INDC)를 확정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이에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를 8억5060만톤으로 추정하고 여기서 37%를 감축할 계획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195개국+EU)들은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오는 10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번 우리나라가 내놓은 감축목표는 다른 국가들의 그것과 취합돼 오는 12월 파리 총회에 제출된다.

◇ 기존 안 보다 강화됐지만...산업계 부담은 줄여

이번에 우리 정부가 최종 확정한 BAU 대비 37% 감축 목표는 당초 지난 11일 내놓았던 감축목표 시나리오 중 가장 강력한 4안(BAU 대비 31.3% 감축)보다 더 강화된 것이다.

그러나 세부내용을 보면 정부가 밖으로는 국제사회, 안으로는 산업계의 압력에 못이겨 궁여지책을 내놓은 정황이 눈에 띈다.

일단 2030년 BAU대비 37% 감축은 앞서 우리 정부가 지난 2009년에 국제사회에 공언한 2020년 BAU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보다는 진전된 안이다.

당초 제시한 4안이 2020년 목표에서 후퇴한 안이라는 비난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목표는 후퇴금지 조항을 전면으로 위반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국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은 2030년 BAU대비 12%로 낮췄다. 2020년 목표에서 산업계가 온실가스를 BAU대비 18.6% 줄이도록 한 것에 비하면 부담을 대폭 낮춰준 셈이다.

전체적 감축 목표를 강화하는 동시에, 산업계의 부담은 줄여주면서 다른 부분의 감축 부담이 더 커졌다. 정부는 산업부문에서 덜어준 감축분은 발전부문과 수송, 건물 등의 추가적 감축여력을 확보하고,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 등을 통해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또 감축 부담의 상당부분을 국내가 아닌 해외로 돌렸다. 국제탄소시장메커니즘(IMM)을 활용해 국내에서 모자라는 감축분 11.3%p를 해외에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 이정섭 환경정책실장은 "(37% 감축안은) 국내적으로 기존의 정부 시나리오 3안(25.7% 감축)에 국제시장을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분 11.3%p를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국제탄소시장에서 11.3%25 감축?...규칙도 안 정해졌는데 '무리수'

문제는 아직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의 구체적 규칙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직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형성될지도 논의가 되지 않은 마당에 11.3%p라는 추가 감축량은 사실 객관적 토대가 없이 산정된 허수(虛數)에 불과하다.

이에대해 최재철 유엔기후변화대사는 북한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 대사는 "북한에 대한 산림녹화나 철도 현대화 사업 등도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최소한 전체 감축의 10~15%까지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여부가 상당부분 북한의 의지에 좌우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산업자원부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을 추가로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모두가 산업계의 감축부담은 덜어주면서 국제사회에는 진전된 목표를 내놓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양쪽을 모두 감안해 만들다보니 우리나라가 제출한 감축목표는 구체적인 탄소감축 경로나, 온실가스 배출 정점 연도 등도 제대로 산정되지 않은 이상한 감축공약으로 전락해버렸다.

어떻든 이번 감축공약은 기존 2020년 감축공약보다는 국내 감축 부담을 줄인 것이어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에너지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각 기업에 배정된 탄소배출권 총량에 변동이 불가피하고, 2029년까지 세워놓은 제7차 전력수급계획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12월 파리 총회 이후 신(新)기후체제가 결정이 되면 연속선상에서 이후 실행계획이 확정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변화의 소지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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