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드 툼은 1950년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정면에서 응시한다. 당시 민간인들은 이승만 정권이 좌익세력을 회유하고 관리하기 위해 만든 반공단체인 국민보도연맹에 영문도 모른 채 가입했고,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전투와는 상관없는 지역에서 집단 학살됐다.
이승만 정권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전향한 사회주의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시국대응전선 사상보국연맹'이란 단체를 모방해 국민보도연맹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각 지역별로 사상교육을 시키다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인민군에 부역하거나 동조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산과 바다에서 무차별적으로 집단 학살했다. 피학살자들 속에는 항일독립운동가도 상당수 포함된 나타나고 있다.
당시 영문도 모른 채 부모, 형제를 잃은 유족들은 되레 빨갱이로 몰릴지 모른다는 걱정에 자식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숨죽이며 평생을 살아 왔다.
1960년 4·19혁명 직후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규하고 유해를 발굴하려는 유족들의 시도가 있었지만, 1961년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던 유족회 회장과 간부들을 군사법정에 세워 용공분자로 몰아 사형을 언도하고, 유족들이 발굴한 유해와 수집한 자료들을 불태워 버렸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공교육에서도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고, 역사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조차 알지 못할 정도로 철저히 은폐되고 묻힌 현대사의 비극 중 하다. 정확한 진상조사도 이뤄지지 않아 몇 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소 23만 명에서 최대 43만 명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 작업은 진실화해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일부 이뤄졌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06년부터 2010년에 걸쳐 전국 168곳을 매장 추정지로 파악했고, 이 가운데 13곳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작업은 중단됐고, 지금은 정부가 손을 뗀 상태에서 민간단체로 꾸려진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유해 공동조사단'에서 진행하고 있다. 공동조사단은 지난해 2월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용산고개에서 1차 발굴을 했고, 올해 2월에는 대전시 산내면 골령골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벌였다.
레드 툼을 연출한 구자환 감독은 "과거 민간인학살의 한 축이었던 서북청년단이 재건위라는 명칭을 달고 현 시대에 다시 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민간인 학살의 역사가 여전히 현실이라는 점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대한민국이 탄생한지 고작 70년인데, 우리는 불과 60년 전의 역사도 모르면서 조선시대 이전의 역사를 배우고 있고, 다른 나라의 민간인 학살 사건인 캄보디아 킬링필드를 이야기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취재하면서 평생 가슴 속에 한을 간직하고 살아 온 유족들에게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약속했다"며 "이어 늦었지만 이제 그 약속을 지키려 한다"고 전했다.
앞서 구 감독은 영화 레드 툼 개봉을 위해 지난 3월 16일부터 4월 30일까지 SNS를 통해 시민후원 모금을 진행했다. 이 모금을 통해 120여 명의 시민과 10개 단체가 1000만여 원의 후원금을 내놨다.
레드 툼 상영관
서울: 인디스페이스·인디플러스
부산: 영화의전당·아트씨어터씨앤씨·국도가람예술관
대구: 오오극장
경기: 추억극장 미림
강원: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대전: 대전아트시네마
전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경북: 안동 중앙시네마
경남: 창원 메가박스
기타: 광주극장 7월 20일 이후 특별상영 2~3회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