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인프라투자를 지원하는 AIIB가 2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협정문 서명식을 갖고 창립 회원국을 확정했다. 우리나라도 전체 57개 창립 회원국 중 하나로 협정문에 서명했고, 지분율 3.81%로 중국과 인도, 러시아, 독일에 이어 지분율 5위 회원국이 됐다.
당초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한 호주와 인도네시아에 순위가 밀릴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왔으나, 지분율 산정 공식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지분율 5위는 우리가 가입한 국제금융기구 중 가장 높은 순위로, 우리나라는 앞으로 아시아 인프라 투자에 상당한 발언권을 확보하게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최희남 국제경제관리관은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건설, 교통, 통신 등의 인프라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커지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금융시장의 형성으로 금융기관들의 사업기회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IIB 상임이사 12명 가운데 우리나라가 단독 상임이사로 진출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상임이사는 4.5% 이상의 투표권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단독으로 가진 투표권은 3.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지분율이 낮은 다른 회원국과 연합한 뒤 우리가 이들을 대표하는 상임이사로 진출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위해 AIIB 부총재 자리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투자결정에 대한 권한을 보유한 AIIB 이사회가 비상주 형태로 출범할 예정이고, 이에따라 총재와 부총재 등 집행부의 권한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고위직과 중간관리직에 우리 인력이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중점 지원하기로 했다. AIIB는 앞으로 700명 정도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인데, 적어도 우리 지분율에 상응하는 한국인 직원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협정문에 따라 북한은 AIIB 회원국으로 참가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AIIB 회원국이 되려면 먼저 IBRD(국재부흥개발은행)나 ADB(아시아개발은행)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자금 지원 대상국으로 지정은 가능한데, 이렇게 되려면 75%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이 경우 26.06%의 투표권을 가진 중국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비회원국 자금제공을 비롯해 수권자본금 변경, 이사회 규모나 구성의 변경, 협정문 개정 등 AIIB의 중요한 사항을 의결할 때는 최대다수결(super majority) 방식을 따르게 된다. 전체 위원의 2/3 이상의 찬성과 함께 투표권의 75% 찬성을 얻어야 한다.
중국은 AIIB 투표권의 26.06%를 단독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최대다수결로 의결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중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의결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앞으로 AIIB에 가입하는 회원국이 늘어나고 특히 경제규모가 큰 국가가 참여할 경우 상당한 지분을 떼어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서 앞으로 중국의 지분율이나 투표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