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 남북은 왜 서로 총부리를 겨누게 됐나

[노컷 리뷰] 극 말미 처참한 해상전투신 30분…분단 악순환 끊는 건 결국 우리네 몫

영화 '연평해전' 스틸(사진=㈜로제타시네마 제공)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로제타시네마)은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벌어진 제2차 연평해전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극 말미 30여 분 동안 이어지는 해상전투 신을 통해 당시 남북간 처참한 교전 상황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앞서 펼쳐지는 남측 해군 소속 고속정 참수리 357호 장병들의 가족사와, 그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관객들이 해상전투 신에 몰입하고 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한다.

영화 속 참수리 357호 정장 윤영하 대위(김무열)는 해군 출신인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다. 윤 대위 역시 상부의 지시에 무작정 따르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 군인으로서 소신을 갖고 불응했던 아버지를 존경한다.

그의 휘하에는 책임감 강한 조타장 한상국(진구) 하사가 있다. 한 달의 절반가량을 배에서 보내는 그에게 아내는 불만이 많다. 한 하사는 그러한 아내는 물론, 그리운 집을 떠나 함께 고생하는 병사들을 살뜰하게 챙기며 웃음을 잃지 않는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한 하사를 친형처럼 따르는 박동혁 상병(이현우)이 있다. 그는 하나뿐인 아들을 군대에 보낸 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청각장애인 홀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윤 대위, 한 하사, 박 상병과 마찬가지로 참수리 359호의 장병들에게는 자신들을 따뜻하게 반겨줄 가족, 연인, 친구들이 있다. 자의든 타의든 함께 생활하게 된 장병들 사이에서도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바탕을 둔 우정이 싹튼다.

영화 '연평해전' 스틸(사진=㈜로제타시네마 제공)
그렇게 소중한 생명들이 해상전투 신에서 피칠갑이 돼 하나 하나 스러져간다. '나'와 함께 울고 웃던 '너'의 생명이 꺼져가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아픔이요 슬픔이다. 남과 북의 경계를 허물면 이러한 고통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던 극중 북측 군인들에게도 오롯이 적용된다.


이렇듯 연평해전이 전하는 30여 분간의 디테일한 해상전투 신은 '우리는 왜 반 세기가 훌쩍 넘도록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게 됐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1945년 8월 15일 제국주의 일본이 무조건 항복하면서 식민지 조선은 해방됐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네 힘으로 나라를 세울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한반도는 38선을 경계로 남측에는 미군이, 북측에는 소련군이 들어와 분할·점령했다.

앞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던 때 열린 1943년 12월 카이로선언, 1945년 포츠담선언에 따라 '조선의 독립을 보장하되, 적당한 시기에 이룩한다"는 조건이 달린 탓이다.

그렇게 미국 영국 소련은 조선이 해방되던 해인 1945년 12월 한반도에 대한 5년간의 신탁통치에 합의했고, 미국과 소련을 위시한 강대국간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한반도 내 치열한 이념 대립에 따라 1948년 남과 북은 각각의 정권을 수립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극단적인 갈등과 대립은 결국 1950년 6월25일 한국전쟁 발발로 이어졌고,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이뤄질 때까지 3년 1개월 동안의 전쟁으로 인해 한반도는 쑥대밭이 됐다.

한국전쟁은 '승자 없는 전쟁'이었다. 그 와중에 나락의 삶으로 내몰린 이들은 다름 아닌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머니 아버지였다. 한반도 내 사회·경제 기반은 철저히 파괴됐고, 1000만 명 규모의 이산가족이 발생했다.

더욱이 남측은 230만여 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실종됐으며, 북측 역시 그 숫자가 290만여 명에 이르렀다. 남과 북 합쳐 사상자가 520만여 명에 달하는 셈이다.

60여 년의 기나긴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남과 북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영화 연평해전이 그리고 있는 제2차 연평해전 역시 그 대립의 고리 안에 있다.

1951년 11월 남북 군사분계선을 설정하면서 육상경계선과 달리 해상경계선은 양측의 명확한 합의가 없었는데, 유엔군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기준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설정한 것에 대해 북측이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서다.

이러한 남북 분단에 따른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그 합의의 주체는 반드시 당사자인 남과 북이어야 한다고 영화 연평해전은 아우성 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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