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상의 권한 행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하지만 굳이 모처럼 경제위기 극복을 하자고 당과 정부가 협의를 뜻모아 대책을 논의하는 날, 당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청와대가 당으로부터 협조만 받아내고는 당의 판단은 일절 무시해왔다는 불만이 비박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거부권 사태의 원인인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후속 작업인 사학연금 개혁 추진에서 당만 애쓰고 정부는 뒤에 빠져 있다가, 아쉬운 소리만 한다는 것이다.
보다 신랄한 비판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는 결국, 메르스 사태 수습이나 추경예산 편성과 경제법안 처리 등 경제살리기는 죄다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오로지 유 원내대표만 몰아내겠다는 것, 그것 말고 다른 일은 하지말자는 얘기"라고 울분을 토했다.
외부인사들도 청와대의 결정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중앙대 이상돈 교수는 "정치권이나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비난이라든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내놓은 대통령 발언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대통령은 동등한 헌법기관인 국회를 자기중심적으로만 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비박계는 '유승민 책임론'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친박계 김태흠·김현숙 의원이 유 원내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청와대·친박계의 '유승민 불신임' 시도가 착수됐지만 공감확산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오후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 거취는 거의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은 "거부권 행사로 원내대표의 책임을 묻기 시작한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실종되고 만다. 국회법 문제는 새누리당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점을 놓고도 뒷말이 나왔다. 거부권이 행사된 25일은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고 여기서는 메르스 관련법 20여건과 박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경제관련법안 등 근 100건에 가까운 법안이 처리 대기중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메르스 관련법안 처리가 지연된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 등 시급한 민생법안의 발목이 잡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본회의가 예정된 날짜만 피해 행사했더라도 기왕에 계류중인 법안은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대통령이 하필이면 본회의가 열리는 날 거부권 행사를 단행해 애꿎은 법안과 민생이 발목 잡히게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