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추경 편성은 막대한 국채발행 부담을 수반하기 때문에 추경예산의 규모와 용처를 놓고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따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 시점까지도 추경예산 규모는 정해지지 못했다.
25일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포함해 모두 15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추경예산 규모는 당초 세입경정과 세출경정을 포함해 10조원대로 알려졌으나, 새누리당과의 당정 협의과정에서 이견이 노출돼 결국 구체적인 규모까지는 정하지 못했다.
정부는 일단 추경예산의 용도를 메르스와 가뭄 등 재난대응과 함께 민생안정 등의 사업에 예산을 지출한다는 방침만 세웠다. 구체적으로 어느 규모로 어떤 사업에 추경예산을 지출할지는 다음달 초 예산안을 국회에 넘기면서 확정될 걸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이찬우 경제정책국장은 “7월 초순에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추경예산의 구체적인 지출구성은 그때 쯤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규모 국채발행 불가피.. 국회에서 논란 예상
추경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재원은 대부분 국채발행으로 조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추경예산을 보면 재원은 대체로 일반회계의 세계잉여금과 한국은행의 잉여금 등으로 충당해왔으나, 세수부족이 발생한 지난 2013년부터 국채발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됐다.
지난 2013년에는 17조3천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15조8천억원의 국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경 재원의 상당부분을 국채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국채 발행은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미래세대에게 빚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국가재정법은 추경편성을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있다. 이번 추경의 규모와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재정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메르스 사태와 가뭄에 대응하는 ‘맞춤형 추경’을 해야한다는 의견이 강해, 추경의 경기부양 효과까지 감안한 정부와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발생한 메르스 사태는 추경 편성에 강한 추진력을 제공하고 있다. 수출부진과 미약한 내수회복세로 경기상승세가 예상보다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에까지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기재부 이찬우 국장은 “추경 편성을 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 성장률은 2%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3%대 성장률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추경예산 편성이 긴급히 필요해졌다는 뜻이다.
◇ "지자체도 추경해달라"...경기보강 위해 지자체에도 도움요청
한편, 정부는 추경예산에 더해 재정을 보강하는 차원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먼저 지방재정 집행률을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지방재정 집행률을 지난해 대비 1%p만 높여도 지방재정지출이 3조원 확대된다.
아울러 지자체도 추경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지자체가 별도 추경을 편성하고, 특히 안전 분야의 보수 보강에 대한 투자 등을 강화해달라는 것이다. 기재부는 지자체가 추경을 통해 지역민생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경우 특별교부세 인센티브를 강화해 지자체를 돕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기재부 이찬우 국장은 “종전에 비해 부동산 취득세 쪽에서 지자체 수입이 늘어나 지방재정의 여력이 좋아졌다”며 “지자체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유도하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차단했다.
그러면서 “여력이 있는 지자체가 추경을 하고 이를 통해 안전이나 노후시설 보강투자를 했으면 한다는 것이고 우리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