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강조한 최장 2주일의 잠복기를 훌쩍 넘겨 약 4주만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발생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4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해 국내 메르스 환자는 179명으로 늘어났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177번(50·여) 환자가 이미 지난달 말 감염됐던 것으로 밝혀져 발병 시기를 놓고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환자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진료 도중 14번(35) 환자와 접촉해 격리치료를 받던 도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발표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23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14번 환자와 접촉한지 25~27일만에 확진 판정이 내려진 셈이다.
그동안 보건당국이 내세운 최장 잠복기는 2주일로, 이 기간을 근거로 격리대상이나 감염경로 등을 분석해왔다.
하지만 2주일의 잠복기가 지난 후에 판정받은 사례가 벌써 10여명에 이르렀지만, 보건당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171번(60·여) 환자가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지난 22일에야 확진 판정이 발표됐다.
같은 날 발표된 172번(61·여) 환자의 경우에는 지난달 30일을 마지막으로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뒤늦게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은 54번(63·여) 환자와 1일에 마지막으로 접촉해서 관리기간이 연장됐다"는 해명이 덧붙여졌다.
하지만 두 환자 모두 정작 격리조치까지 종료된 후에야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당국의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은 "메르스 판정 검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을 뿐, 증상발현일은 잠복기 내에 발생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해왔다.
보건당국은 전날 오전 브리핑에서도 "최대 잠복기 14일은 발병일 분포에 따른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라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최장 잠복기 14일을 메르스 대응기준으로 삼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급속도로 확산된 국내 메르스 전파 상황은 기존의 가설로는 설명되지 않고 있다.
3차 감염, 3차 감염 사망 사례, 4차 감염 등 메르스에 관한 각 분야에서 세계 최초 사례가 연거푸 발생한 가운데 이미 한국은 발생환자·사망자 모두 세계 2위의 메르스 국가로 전락했다.
더구나 스스로 강조하는 환자별 증상발현일 자료는 보건당국이 공개하겠다고 공개브리핑을 통해 약속한 지 1주일이 넘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최대 잠복기는 2주일이라는 기존 가정에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증상이 발현된 날을 짜맞추는 거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기존 가설에 기댄 방역기준에 따르지 말고, 국내 상황에 맞춰 방역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