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시점이 미묘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리스트 8인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기소하는 수순에서 며칠 안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끝나가는 것처럼 보였던 수사에 거물급들이 줄줄이 연루되자 특별수사팀의 행보를 두고도 각종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는 생물이다'는 말처럼 기존 수사가 진행되면서 우연히 단서가 포착돼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일까? 아니면 추후 특검 등을 염두에 두고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관련자들을 부르는 차원일까?
특별수사팀은 일단 "정치인들을 직접 소환해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생겼다"고 강조하며 소환할 만한 범죄의 단서가 확보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김한길 전 대표와 이인제 의원 모두 성 전 회장에게 금품수수를 받은 정황이 일정부분 포착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김 전 대표의 경우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까지 만나 억울함을 호소할 만큼 사건 초반부터 언급됐던 인물이다. 그런데 약 70일만에 소환통보가 이뤄진 것은 김 전 대표를 직접 불러 확인해야할 만큼 금품과 관련된 단서를 확보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의원의 경우에도 검찰은 경남기업 관계자로부터 2012년 4월 총선 출마 당시에 2천만원이 건네졌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사면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노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노건평씨는 노 전 대통령 서거의 계기가 된 검찰 수사와 직접 연관돼 정치적으로는 극히 민감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에 대해 소환 통보를 했다는 것은 검찰이 확인해야 할 부분이 포착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거물급들이라 민감하고 정치적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것을 충분히 안다. 하지만 역으로 왜 수사팀이 왜 그런 부분을 감수하고 부를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들에 대해 소환 통보를 할 단서를 확보했고, 필요성도 분명히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소환 통보가 기소를 염두에 둔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우선 공여자가 이미 숨진 상황에서 생전에 직접 언급한 '리스트 8인'에 대해서도 의혹을 100% 규명해내지 못한 마당에 리스트에서 제외된 인물을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하기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금품 전달자 등 결정적 인물의 진술이나 CCTV, 계좌 등의 물적 증거물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기소는 하지 않고 의혹을 확인하는 선에 그칠 수도 있다.
특별사면 의혹과 관련해 이름이 거론되는 노건평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사면 혜택을 받은 성 전 회장과, 사면권을 행사한 노 전 대통령 모두 숨졌기 때문에 기소까지 이어지기에는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했을 경우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인물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소환통보가 기소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우선 이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해봐야 기소 여부도 알 수 있다는 유동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김 전 대표를 비롯해 관련자들이 소환을 불응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어 검찰 수사팀이 어떻게 사건을 마무리할 지는 이달까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