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국장 관리도 '뻥'…체포영장 피의자도 프리패스

허술한 '입국시 출입통보' 제도로 해외도피사범 관리에 '구멍'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자료사진)
체포영장이 발부된 마약사범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CBS 취재 결과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피의자는 '입국시 출입통보' 대상자였지만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수사당국에 어떠한 연락도 하지 않았다.

25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마약류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동포 A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한 건 지난해 12월 9일.

또다른 중국 동포 B씨가 마약을 판매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직후였다.

B씨의 공범으로 A씨를 지목한 경찰은 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입국시 통보'를 요청했다.

입국시 통보는 해외로 도피한 피의자에 대해 수사기관이 법무부에 요청하는 것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항공사의 승객사전정보시스템(APIS)을 활용해 해당 피의자의 입국 시간과 장소 등이 파악되면 수사기관에 이를 알려준다.


그러나 A씨는 지난 4월 27일 돌연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수사망을 피해 자취를 감췄다.

입국 과정에서 관계 당국의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B씨 사건의 공범이기 때문에 입국시 통보 요청과 함께 체포영장 사본도 함께 제출했다"면서 "사건이 진행중인 만큼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A씨 입국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피의자 떠난 뒤 '들어왔다' 연락주기도"

일선의 수사관들은 입국시 통보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경찰서 수사관은 "지난 2013년 인천항을 통해 입국한 한국인 피의자가 인천항을 통해 다시 빠져나간 후 '나갔다'고 뒤늦게 연락받아 피의자를 놓친 적 있다"며 "내보낸 뒤 알려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알려주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관계자의 말에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당시 입국했던 피의자를 놓쳐 지금껏 잡지 못하고 있다"며 "피의자들이 또다른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또다른 경찰서의 한 강력계 형사는 "입국시 통보 요청을 하고 연락을 받지 못한 경우가 10건 중 1~2건이 될 정도"라며 "수사에 애를 먹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출·입국시 통보는 행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협조 차원에서 출입국 사실 여부를 알려주는 제도"라며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이를 제재할 처벌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입국시 통보가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하지 않아, 이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일선에서는 입국시 통보와 관련한 구체적인 규칙과 절차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경찰서 강력계 형사는 "재입국 했을 때 피의자를 놓치면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체포영장까지 첨부해 입국시 통보를 요청했을 땐 신병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인 만큼 입국시 통보와 관련된 구체적 규정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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