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는 4·29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사퇴 의사를 밝힌 양승조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일찌감치 3선의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확정했다. 당초 지난 주말 당직 인사를 하려 했으나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용득 최고위원 등이 반발하면서 임명이 미뤄지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노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대안으로 최규성, 조정식, 박기춘, 김동철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용득 최고위원 등을 설득하는 시간을 가지고 정면 돌파를 시도할 예정이다.
총선을 앞둔 만큼 이번 당직은 '총선 드림팀'을 꾸려야 한다는 게 문 대표측의 확고한 생각이다.
앞선 1기 당직 인선이 '탕평'에 무게를 실었다면 2기 인선은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총선 정국에 들어설 경우 사무총장은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벌일 당 대표 대신 당무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지역구 관리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지역구보다는 당무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또 당 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점 또한 총선을 앞둔 시기에 사무총장으로 적임자로 보는 이유다.
문 대표측 관계자는 "지금 다시 뒤집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며 "반대하시는 분들을 설득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노계 의원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시각으로 최 의원을 보고 있다. 최 의원과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노(최재성) 대 비노(이종걸)의 표 대결을 벌인 바 있다.
이 때문에 비노계 의원들은 최 의원을 사무총장에 내정하려는 것 자체가 이 원내대표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비노와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최 의원이 공천을 좌우했다는 과거 전력을 근거로 내년 총선에서 공천 학살을 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표 쪽에서 사무총장을 밀어붙일 경우, 우리 입장에서는 표결처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반박도 나오고 있다.
다른 당직과 달리 사무총장은 지도부간 '협의사항'이 아닌 '의결사항'이라는 점을 염두한 것이다.
만일 최고위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용득 최고위원이 반대를 고집한다면 최고위원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표결을 붙인 첫 사례가 되기 때문에 문 대표 입장에서는 '리더십의 부재'를 드러내는 그림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표결 처리까지 가는 걸 막기 위해 정책위의장이나 전략홍보본부장 자리는 비노측의 의견을 반영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의 호흡을 통해 대여 관계에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에 당 대표와의 관계보다는 원내대표와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 측 몫으로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당직 인선은 당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전체(인선)를 놓고 얘기할 때가 되면 얘기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비노계 한 의원은 "최재성 의원이나 현 강기정 정책위의장 모두 SK(정세균, 범친노)계다. 사무총장은 친노가 하면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 몫으로 준다든가 하면 어느정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4.29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비노계의 주승용 최고위원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극심한 가뭄에서의 한 농부의 미담을 전하며 "아전인수(我田引水) 멈추면, 타전인수(他田引水) 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주 최고위원은 "지금 당이 어려운 상황인데 서로 헐뜯고 하면 공멸한다. 함께 잘 살아보자는 뜻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당직 인선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편중 인사 논란, 호남 물갈이론 등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