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표절은 몰락한 한국 문학의 상징"

이명원 "이번 기회에 표절 문제 매듭짓고 자정능력 보여줘야!"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최근 불거진 신경숙의 표절 사건은 한국 문학의 몰락을 상징합니다"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17일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규정했다.

그는 이어 "신경숙이 앞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면 독자들과 문인들은 '우리 문학이 이렇게 왜소해지고 타락했구나!'하며 탄식할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이명원 교수는 지난 1999년 신경숙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기억찾기', '딸기밭', '작별인사' 등이 무더기로 표절 의혹을 받을 당시 "이는 개인의 윤리의식 결여가 아닌 '정신의 식민화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명원 교수는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이 일본의 극우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을 표절한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구문과 특정 표현의 유사성을 볼 때 명백한 표절이 맞다"고 잘라 말했다.


또 "오래전부터 평론가와 기자들이 신경숙의 '표절 문제'를 지적했지만, 그가 계속 이를 무시하는 것은 사태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마 법률대리인이나 대형출판사를 앞세워 이런 비판을 뭉개고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나 같으면 문제가 된 작품을 작품집에서 뺀다거나 당장 거둬들여 폐기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응준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약하다'면서 신경숙을 옹호하고 나선 출판사 창비에 대해서도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는 "'우국은 알지 못한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한 신경숙도 문제지만 그를 감싸고 나선 창비도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창비의 주장은 (출판사에 커다란 수익을 안겨 주는) 신경숙이라는 대형 작가를 감싸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한다"면서도 "문단과 출판계 내부에서 창비의 해명을 이해할 인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경숙은 지난 2012년 소설 '엄마를 부탁해'로 맨아사아 문학상을 받았다. 이 상은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The Man Booker Prize)을 후원하는 투자회사 맨그룹이 아시아 작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지난 2007년 제정한 권위 있는 상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맨부커상의 수상 취소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는 "'엄마를 부탁해'가 세계 36개국에 번역돼 진출하면서 신경숙은 이미 한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신경숙의 표절 문제는 세계 문학계에서 한국의 나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최근 정면으로 신경숙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시인이자 소설가 이응준에 대해 지지와 연대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응준의 문제 제기로 신경숙의 표절 문제에 대한 논의의 봇물이 터졌다"면서 "논의가 시작된 이상 이번 기회에 분명한 매듭을 지어 한국 문단의 자정능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용기를 내서 동료 작가의 표절 문제를 비판한 점을 높이 산다"면서 "문단과 출판계 등에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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