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증상 발현일' 비공개… 중요정보 또 숨기나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보건당국이 메르스 증상 발현일을 기준으로 보면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관련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익히 알려진대로 보건당국은 14일을 최장 잠복기로 설정해 방역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최대잠복기인 지난달 31일과 지난 12일을 넘긴 뒤에도 각각 19명과 13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에 대해 최근 보건당국은 확진 판정을 발표한 날보다 실제 증상이 발현한 날짜가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전날 "최근 발생 사례가 잠복기 끝부분에 가까울 때 증상이 시작된 사례들"이라고 밝혔다.

실제 메르스가 발병한 시기와 확진 판정이 내려져 발표하는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환자가 잠복기 이내에 증상이 발현됐다는 해명이다.

이어 "현재로서는 14일을 최장 잠복기로 봐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관련해서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해명과는 달리 잠복기가 지난 후에 증상이 발현한 사례는 속속 늘어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됐다가 지난 15일 확진판정을 받은 154번 환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28일 응급실에 체류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환자에게서 오한 등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날은 지난 13일로 삼성서울병원에 체휴한 지 16일 가량 지난 후의 일이다.

이 외에도 최소 6명 이상의 환자들이 15~18일의 잠복기가 지난 뒤에야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보건당국은 자신들이 강조하는 증상발현일은 언론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매일 오전 열리는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이 개별 환자들의 증상 발현일을 질문할 때에만 답할 뿐, 전체 환자의 증상 발현일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자료를 내놓으라는 취재진의 요청이 거듭됐지만 보건당국은 "전체적으로 데이터가 방대하다"며 "자료를 정리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 확진 환자의 증상발현일은 각 환자의 감염경로 추적의 기본이 되는 정보여서, 면접조사 등을 통해 이미 보건당국이 모두 확인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증상발현일은 명확한 날짜를 특정하기 어려운만큼 보건당국이 자료로 공개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지난 16일 "전체적으로 확진환자의 규모가 줄어든 것만은 틀림없다"고 밝힌 데 이어, 17일에도 "정확하게 증상발현일로 보게 되면 훨씬 더 가파르게 (확진자 발생 추이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장담했다.

만약 정말 증상발현일 자료가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면, 보건당국이 공식브리핑에서 근거도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정보를 발표한 셈이다.

사고 초기 정보 공개 시기의 적기를 놓쳐 메르스 사태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보건당국이 또다시 '비밀주의'에 빠진 동안 국민들의 '메르스 공포'는 커져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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