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이 국회의원 앞에서 내뱉은 말이다. 기가 막힌다. 얼마나 국가가 무능했으면 대형병원이라고 하지만 일개 과장이 국회에서 이런 발언을 했을까?
당돌하지만 반박할 수 없다. 정부 메르스 대응은 한심하다. 국가 보건체제는 우왕좌왕이다.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가관인 것은 감염내과 과장이 십수명 국회의원 앞에서 "국가가 뚫렸다"고 큰소리 뻥뻥치는데 아무도 질타하는 사람이 없다. 여야를 떠나 누구도 그 발언을 현장에서 질책하고 사과를 요구하지 않는다.
눈치가 '10단'인 삼성병원이 알아서 사과한다. 삼성병원은 파문이 일자 하루 뒤인 12일 "신중치 못해 송구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위신이 무너진 정부가 뒤에서 '화'를 냈다면 차라리 '위안'이 될까?
그렇다고 정부가 모든 비판에 관대한 건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정부가 메르스 정보를 지방정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다음날 발끈한 청와대. (박 시장이) 불안감과 혼란을 부추긴다고 쏘아 붙였다.
그래도 분이 삭지 않는다. 다음 공격수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8일 국무회의에서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대응하면 국민이 혼란에 빠진다"고 일갈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일개 과장으로부터 "국가가 뚫렸다"는 발언을 듣는 국민이 오히려 당혹스럽다. 아무리 형편없는 정부여도 민간병원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참담하다.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대가라고 생각하지만 어지럽다. 도대체 메르스에 뚫린 국가의 시민은 무엇이란 말인가?
현 정부로부터 아무 대답이 없는 건 변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희망하는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듣고 싶다. "국가여 제발 대답 좀 해다오"
국가가 그렇다고 우리 시민까지 무너질 수 없다. 시민들도 메르스 대처를 다시 한번 다짐 할 필요가 있다. 메르스는 1차, 2차유행을 거쳐 새로운 단계를 맞고 있다. 다행히 3차 유행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징후는 아직 없다.
메르스 전파의 고리를 하루빨리 끊어야 한다. 전파 확산의 고리를 끊기 위해 시민들도 '나'에 앞서 '우리'를 유념해야 한다. '님비현상'은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메르스 확진환자 치료 병원을 운영한다. 일명 지역거점 격리병원이다. '음압병상'을 갖춘 중요 병원이다. 정부 지원으로 음압병상을 갖춘 만큼 실력 있는 병원이다. 거점병원에 민간병원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거점병원 명칭이 공개되자 일부 주민들이 항의를 한다는 소식이다. '낙인 효과' 우려다. 국가 전염병 치료에 동참하고 있는 병원들은 곤혹스럽다. 해당 병원을 혐오시설로 몰아붙이면 안된다. 전염병 확산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확진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 또 다른 '불이익'을 주면 안된다.
국가가 정한 '룰'을 지키지 않는 자가격리자도 문제다. 물론 격리자 관리에도 허점이 있다. 격리자가 딸을 데리고 공공장소를 활보하고 심지어 방송사 기자와 인터뷰를 한다.
자가격리 중인 간호사의 일탈은 더 충격적이다. 서울 노원구의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송파구 석촌호수까지 돌아다녔다.
자가격리는 '권고'다. 하지만 자신과 지역사회를 구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개인과 지역사회의 전파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자가격리 중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면 의료인과 공무원, 시민들의 수많은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불편은 인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걱정처럼 메르스, 중동호흡기 증후군이 '코르스' 한국호흡기 증후군이 된다. 국가가 부족해도 국민·시민·주민·개인이 나서 우리 공동체를 사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