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주들이 엘리엇 측에 손을 들어주고 소액주주들까지 엘리엇에 가세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의 지분 상당부분을 보유한 기관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승패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삼성그룹주펀드들과 대표 주식형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은 1000만주(10%)를 넘어설 것으로추정된다.
삼성물산이 우호지분을 늘리기 위해 전격적으로 자사주(5.76%)를 KCC에 전량 매각한 것을 감안할 때 꼭 잡아야 할 지분으로 평가된다.
자산운용사들의 지분을 확보하면 삼성의 우호지분은 단숨에 29.75%로 늘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호지분이 30% 가까이 확보된 상황에서 9.9%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합병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합병안을 통과하려면 내달 17일 임시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3분의 2이상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임시 주총 주주 출석률을 70%로 가정하면, 발행 주식 가운데 47%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기관의 행보는 삼성에 긍정적이다.
신영자산운용은 내달 주총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찬성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신영운용 허남권 부사장은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합병을 통해 삼성물산이 지주회사의 지위로 올라가면 현재 보유한 자산가치를 인정받고 활용할 수 있다"면서 "장기투자 관점에서는 당장의 주가가 문제가 아니라 향후 기업가치가 얼마나 올라가느냐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영운용은 삼성물산 지분 0.3%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지분을 큰 규모로 운용하는 곳은 한국투신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다.
한국투신운용의 경우 지난 4월 공개한 운용보고서를 기준 삼성그룹주적립식펀드 1호가 130만주, 2호가 190만주의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그룹주펀드 1,2호가 각각 32만주와 37만주의 주식을 더 보유하고 있어 전체 보유 물량이 400만주를 훌쩍 넘는다. 삼성물산 전체 주식의 2.6%에 해당한다. 자산운용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삼성자산운용의 대표펀드들도 300만주(1.9%) 이상의 삼성물산 주식을 운용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삼성 편에 서면 엘리엇과의 표대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엘리엇의 반격은 여전히 거세다.
엘리엇은 법정 다툼의 전선을 확대하는 한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9일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던 엘리엇은 삼성물산 자사주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면서 다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이사회가 강압적으로 불법적인 합병안을 추진하는 것은 약 7조8500억원에 달하는 삼성물산 순자산을 삼성물산 주주들로부터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아무런 보상 없이 우회 이전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순자산은 각각 13조4000억원, 4조7000억원인데 1대 0.35인 합병 비율을 적용하면 삼성물산의 가치는 5조6000억원으로 줄고 제일모직은 12조5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 엘리엇의 주장이다.
엘리엇의 과거 투자 사례에 비춰봤을 때 잇따른 소송 제기는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엘리엇의 추가 소송 제기 방침에도 11일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7.07%내린 6만9700원에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