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환자 발생 18일만에'메르스 병원' 공개…득과 실은

의심자 추적·관리 용이하지만 중증환자 치료 꺼릴까 우려

정부가 7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방문한 병원을 공개하자 의료계는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추적·관리가 용이해졌다는 점에서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해당 병원에서 치료 중인 중증 환자가 치료를 꺼려하게 될 수 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선의의 치료가 병원 경영에 타격을 준 만큼 정부의 피해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이재갑(감염내과) 교수는 "병원 이름 공개로 입원력이 있거나 병문안을 갔거나 한 사람들이 즉각 신고하는 체계가 마련됐다"며 "해당 병원을 방문한 뒤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즉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병원 공개의 영향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다른 환자들이 불필요한 공포감에 갑자기 다 병원을 빠져나가거나 치료를 기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3차 감염은 없었던 병원, 메르스 발병 이후 폐쇄한 병원 등 발병 상황에 따른 유형을 세부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정재수 정책국장은 "병원 공개로 국민이 의심스러운 상황에 대해 스스로 대처할수 있게 됐다"며 "지방자치단체도 병원이 공개된 상황에서 각자 대응책을 고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정 국장은 다만 "초동 대응이 실패한 핵심 내용이 병원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인데 첫 환자 발생 이후 벌써 보름이상 지났다"며 "적어도 지금보다 1주일 이상은 공개 시점이 빨랐어야 했다. 3차 환자가 발생하기 전에 대처했어야 했다"고 공개 시점에 대한 아쉬움을 밝혔다.

병원이나 의료진 등 의료계에서는 병원명 공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병원의 이름을 공개하면 해당 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증 질환자가 치료를 꺼릴 수 있다. 또 병원 입장에서는 메르스로 의심되는 환자를 피하지 않고 선의로 치료를 했지만 감염자가 발생하고 병원 이름이 공개되면서 경영상 타격을 입게되는 피해를 볼 수 있다.

한 의료인은 "이런 식이면 중증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자신이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받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는 상황이 발생해 적기에 치료를 받지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인은 "병원에 따라서는 메르스로 의심될 만한 증상이 있으면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이름이 공개된 병원은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한 곳"이라며 "이런 식이면 메르스 의심환자를 받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갑 교수 역시 "정부가 명단공개로 피해를 보는 의료기관을 지원할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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