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현재 새누리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출구전략은 3가지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전 선제조치로는 '강제성 없음' 여야 공동선언, 번안(翻案, 법안 내용을 뒤집음) 등 2개 방안이 꼽힌다. 거부권 행사 뒤에는 본회의 재의결로 법안을 부결시키는 방법이 거론된다.
3개안 모두 '청와대 뜻'을 받들어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야 협상실패'를 자인하는 결과가 되고 정치적 타격이 예상된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순순히 서명할 리 없고, 현실적으로 당이 물러서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강제성 없음' 공동선언을 위해 대야 접촉을 시도 중이다. 여당 지도부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지난 1일 "강제성 유무에 대한 여야 입장이 통일돼야 한다"(민경욱 대변인)는 요구도 함께 나왔기 때문에, 여야가 강제성 없음에 합의만 한다면 문제가 소멸된다는 게 여당의 해석이다.
다만 여야의 '정치적 선언'에 '위헌 논란'을 불식시킬만큼의 구속력이 부여되는지에 대한 추가 논란이 우려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차원의 공식 절차로 국회법 개정안의 번안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나오기도 한다.
이 방안에는 정의화 국회의장도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을 미뤄온 정 의장은 오는 11일쯤에나 송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때까지 논란 조항을 수정해 재의결하는, 번안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해당 법안의 경우 국회운영위와 본회의에서 각각 재적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번안이 완료될 수 있다. 다만 11일까지 남은 평일은 4일 뿐이어서, 의사일정 합의와 의결까지 모두 완료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선제조치 무산으로 거부권이 행사되면, 본회의 재의결 때 법안을 부결시키는 수밖에 없다. 재의결은 본회의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는 만큼, 여당은 출석 의원의 '3분의 1 + 1표'만 확보하면 된다. 다만 무기명투표의 특성상 '이탈표' 우려가 있다.
이같은 단계별 조치의 실현 가능성에서 가장 큰 변수는 야당의 협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시행령 수정요구에 강제력이 수반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야당을 어떻게 돌려세울 것이냐가 여당의 과제다.
새누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이전 원내지도부에 비하면, 유 원내대표가 그나마 야당과 정책으로 대화가 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외면한다면 야당에 이익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국회법 개정안 재협상에 부정적이다.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는 "다음주 원내수석간 회동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여당 사정은 알지만, 이는 여야가 갈등할 사항이 아니다. 청와대가 고집을 버려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