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국가 무능 드러난 세월호와 '닮은꼴'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국내 감염자가 18명으로 늘어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메르스 의심환자 및 확진 환자를 위한 격리센터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의 원인으로 국가방역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정부의 총체적 무능이 지목되면서 '세월호 참사와 똑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부터가 닮은꼴로 지적된다.

첫 메르스 환자(68)가 세 곳의 병원을 돌다 지난달 17일 찾은 한 종합병원에선, 고열과 기침 증세에 중동 방문 사실을 확인하고는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가 의심된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감염 확인 요청에도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찾은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호흡기질환이 아닌지 검사하도록 지시했고, 결국 하루 반나절을 허비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대처 과정에서 구조활동에 사실상 손을 놓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여기에 '메르스는 전염력이 약하다'는 기존 의학계의 진단은 안이했던 정부의 오판으로 연결돼 초기 감염 의심자에 대한 느슨한 통제로 이어졌다.

'가만히 있으라'는 낙관적 인식이 불러온 실패였다.

지난 1일 당정협의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질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거듭된 실기로 국가방역체계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질병관리본부가 강한 불신을 받게 되자 보건복지부 차관이 총괄하는 민관합동대책반이 꾸려지기도 했지만,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민관합동대책반을 청와대가 직접 총괄하는 범정부 종합대책기구로 격상시킬 것"을 촉구했다.

무능을 드러낸 컨트롤타워를 바라보는 불신의 시선이, 세월호 참사의 도돌이표인 셈이다.

2일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과 관계 부처 장관들이 모여 첫 긴급관계장관회의가 열렸지만, 정부가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여전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태의 초기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역량 총동원을 지시했지만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괴담이나 잘못된 정보는 신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정부가 유언비어 엄단에도 방점을 찍으면서 세월호 괴담 색출의 데자뷰로 비판하는 여론도 들끓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메르스 발생 12일 동안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더니 어제 처음으로 거론하면서 초기대응 미흡과 인터넷 괴담 차단만 지적했다"며 "대통령이 무한 책임을 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밖에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그간 의료 수출이나 영리병원 도입 등 상업성을 앞세워 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지 않았는지,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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