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가운데 국회의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의 '강제성' 유무가 여야 간 쟁점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받아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연히 강제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1일 "저희 입장은 '처리한다'는 말은 강제성이 없다는 것이고 몇 번 말씀 드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협상 창구를 맡았던 유승민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향해 그 어느 때보다 원색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를 '당청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야당에 끌려다니며 위헌적인 요소가 있는 입법을 했다"고 비판하는 한편, "뒤늦게라도 잘못이 드러나면 언제든 바꿔야 한다"며 국회법 개정안 재개정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대표는 위헌성 여부를 따져보고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 내용이 위헌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니, 균형있는 헌법학자를 불러 논의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강제성 유무 논란에 대해 "이건 너무 당연한 입법권 범위에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논쟁할 가치가 크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강제성이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법률에 위반되는 행정입법이 어떻게 존속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유승희 최고위원 역시 "우리 법률은 너무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과도하게 위임하는 등 입법부의 과소화, 행정부의 과대화가 됐다"며 "월권을 바로 잡는게 정상인데도 청와대와 여당 일부 의원들은 위헌을 운운하는 등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지난 29일 새벽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이후 강제성 유무 여부에 있어 여야 간 해석이 갈리며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고 나서 정국은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란 취지다.
청와대는 또 직접적으로 '강제성 부분'에 대한 여야의 입장정리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국회 사무처는 "이번 국회법 개정의 의미는 국회가 부당하게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법률의 위임을 벗어난 행정입법을 합리적으로 수정함으로써 국회의 입법권을 보장하려는 것"이라며 사실상 청와대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렇듯 당내, 여야, 당청 간 이견이 분분해지면서 강제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원내대표의 재협상은 아직 예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상반되는 여야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여당으로서는 논란이 당청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청와대 요구대로 야당과의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청와대의 태도가 매우 강경한 점을 미뤄볼 때 당으로서는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다"면서 "강제성 부분에 대한 해석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와 당 사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관건이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도 "당시 당내 의원총회와 최고위 논의를 거쳐 올라간 안이 통과된 것인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