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적용 기준 자체가 느슨한 데다, 관리 체계 곳곳에서 허점도 발견돼 추가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메르스는 지난 2003년 유행했던 사스처럼 코로나의 변종 바이러스다. 치사율이 40%로 사스보다 4배나 높지만, 전염력은 훨씬 낮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사스 환자 한 명당 2.2명에서 3.7명까지 주변 사람을 전염시킬 수 있다면, 메르스는 0.69명에 불과하단 것이다.
하지만 최초 확진 환자가 나온 지 하루만인 21일 간병하던 아내는 물론, 다섯 시간쯤 같은 병실에 있던 다른 환자까지 감염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환자 한 명이 벌써 두 명을 감염시켰으니 사스 수준의 전염력을 보인 셈이다.
바짝 긴장한 당국도 환자들과 접촉한 가족과 의료진 60여명을 대거 격리 조치하는 등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본부장은 "엑스레이를 찍은 기사라든지, 환자에게 밥을 급식해준 급식요원이라든지 이런 분들까지 다 (격리 대상에) 포함시켰다"며 "상당히 강력하고 광범위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기 전파' 가능성을 배제한 채 전염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말 전파' 기준을 적용한 점은 전문가들 스스로도 걱정하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감염 경로나 전파 방식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인 걸 감안할 때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구로병원 김우주 교수는 "분비물 크기가 5마이크론 이하일 때 '공기 전파'로 분류하는데 전염성이 더 높고 범위도 더 넓다"며 "공기 전파가 확인된다면 64명이 아니라 병의원에 같이 앉아 있던 분들로 더 확대해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초 환자가 당시엔 '잠복기'였기 때문에 전염력이 사실상 없는 걸로 봤다는 얘기지만, 이 또한 검증된 연구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다만 "에볼라 때도 말이 많았지만 '공기 전파'였으면 이미 전 세계에 확 퍼졌을 것"이라며 "메르스 환자가 4년간 1100여명에 국한된다는 건 '공기 전파'가 아니라는 하나의 증거"라고 덧붙였다.
양 본부장 역시 "해외 사례를 봐도 주로 가족 및 환자를 돌본 의료기관의 문제로 한정돼있다"며 "최초 환자의 증상 발현이 5월 11일인 걸 감안하면 앞으로 3~4주를 관찰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세번째 환자를 간병했던 40대 딸이 지난 20일 오후 늦게 발열을 호소하며 국가지정 격리병상 입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 여성이 36.3도의 정상 체온에 별다른 호흡기 증상도 없어, 자택 격리 상태로 관찰중에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