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집이 싫어" 거리 떠도는 '가출팸' 청소년

가출 청소년 60%이상 '가정 불화' 원인, 가정 회복 급선무

3년 전 집을 나와 대구의 한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는 이모(17)양.

어머니는 집을 나간 지 오래고, 걸핏하면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는 아버지 곁에서 이양은 한시도 버틸 수가 없었다.

집을 탈출해 거리로 나온 이양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또래 가출 청소년을 모았다.

방법은 쉬웠다. 인터넷과 채팅 어플로 검색하니 가출팸을 구한다는 내용의 글이 수두룩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생활 자금을 벌기 위해 빈집털이와 성매매도 서슴지 않은 이양은 점점 범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이양처럼 가정의 울타리를 벗어나 거리를 헤매는 청소년의 수는 최근 5년 동안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5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 번 이상 가출을 경험한 중ㆍ고등학생은 전체 중고생의 11%에 달한다. 10명 당 1명 꼴로 가출하는 셈이다.

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중·고교생의 생애 가출 경험률(12.2%)을 적용한 결과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무려 45만 명에 이르렀다.

대구지역만 해도 최근 3년간 매년 청소년 가출 신고가 천 건 넘게 접수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가출팸 청소년 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돈이 궁하다보니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고 말한다.

방황 끝에 청소년 쉼터를 택한 이양에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여전히 끔찍한 악몽이다.

1회 이상 가출을 경험한 청소년 가운데 60% 이상이 첫손으로 꼽는 가출 원인은 ‘가정 불화’다

부모와의 대화 부족이나 갈등, 폭력 등의 가정 문제가 청소년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는 뜻이다.

또 가출 청소년 가운데 부모의 이혼이나 보호자 부재로 가족이 해체돼 돌아갈 가정이 없는 홈리스(homeless) 청소년도 상당수 존재한다.

돌아갈 집이 없는 이들은 전국의 청소년 쉼터를 전전하며 뜻하지 않은 유랑 생활을 하기도 한다.

청소년 상담전문가들은 “가출 청소년의 비행을 낙인 찍기 이전에 가정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대구청소년쉼터 강찬수 소장은 “우리 사회가 가출 청소년에게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하지만 부모나 가정이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결국 가정이 변화해 자녀를 받아들일 역량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리를 떠도는 위기의 가출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가족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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