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여자 축구선수로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 여자가 땡볕에서 뛰어다니느냐는 핀잔을 듣는 것은 일상이다. 세계 정상에 오르고도 대중의 뇌리에서 금세 잊히는 것이 바로 한국 여자축구의 현실이다.
지난 18일 여자 축구대표팀의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출정식에서 만나 전가을(인천 현대제철)은 그동안 감춰왔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축구선수로서 꿈꿔왔던 단 하나의 목표였던 월드컵 출전을 앞뒀지만 머릿속에는 축구선수로 지내온 지난날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모두가 기뻐하는 바로 그 날에 전가을은 왜 눈물을 보였을까.
전가을은 “대한민국에서 여자 축구선수로 산다는 것이 그동안 너무 외로웠다”고 했다. 짧은 문장을 뱉은 전가을의 눈에서는 눈물이 터졌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동료들은 어느새 너나 할 것 없이 눈물을 닦아내기에 바빴다. 비단 전가을뿐 아니라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대표팀 선수 모두가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이 전가을에게는 더욱 특별하다. 자신의 존재를, 아니 한국 여자축구를 세계무대의 중심에 다시 한 번 선보일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가을 한 명이 아니라 현재 ‘윤덕여호’의 주축을 맡은 조소현과 유영아(이상 현대제철), 권하늘(부산상무) 등 ‘88세대’에게 이번 월드컵은 어쩌면 선수 생활에 다시는 없을 귀중한 시간이다.
전가을은 ‘88세대’를 ‘낀 세대’라고 표현했다. 쟁쟁한 선배와 후배들의 중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는 의미다. “88세대가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다”고 운을 띄운 전가을은 “우리는 막내 때부터 낀 세대였다. 후배들과 달리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내지 못했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지 못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 나서는 ‘88세대’의 위상은 다르다. ‘88세대’가 대표팀의 주축으로 맹활약하며 여자 월드컵 출전 사상 첫 승은 물론, 16강 이상의 성적까지 노리고 있다. 전가을은 “88년생들은 가슴 속에 응어리가 있다. 우리는 지금 대표팀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에서 좋은 보상을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월호도 있고, 지금은 한국 사회가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다”면서 “작년 남자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2002년 남자 대표팀처럼 2015년에는 여자 축구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면서 “아무리 세계적인 선수라고 해도 운동장에서는 같은 여자다. 잘하고 돌아오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