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만에 벗은 누명, 검찰이 사과해야"

유서대필자로 낙인 찍힌 24년, 무엇으로도 보상하기 어려워

- 재심신청 이후 7년 걸려 무죄 판결
- 대법원, 결론 내리는데 왜 3년이나 걸렸나?
- 김기춘, 신상규, 곽상도 등 당시 책임자들 승승장구
- 검찰, 선배검사 정당성 강화가 목적인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5월 14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송상교 (변호사)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씨가 14일 대법원에서 사건발생 24년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이 자살방조 혐의로 기소된 강씨의 재심사건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한 확정한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과 강기훈의 쾌유와 명예회복을 위한 시민모임 등이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정관용> 1990년대 대표적인 용공조작사건으로 꼽히는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24년 만인 오늘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민주화 운동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의 유서를 대필했다, 이런 누명이 이제야 벗겨진 건데요. 24년 만에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변호를 맡았던 송상교 변호사 연결합니다. 나와 계시죠?

◆ 송상교>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 송상교> 네.

◇ 정관용> 어떻게 24년이나 걸렸어요?

◆ 송상교> 그러게 말입니다. 91년도에 발생을 했던 사건인데 당시에 민주화 시위가 한창일 때여서 정부와 검찰이 이 사건을 유서 조작사건으로 초점을 맞추어서 수사를 총 동원을 시작을 했었죠. 그리고 당시에 이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많은 검사분들께서 지금도 많이 현직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고 이 사건을 검찰수사의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로 보고 있어서 완강하게 진실을 규명하는 걸 반대를 했었고요. 그런 과정에서 다시 증거를 찾고 재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91년에 그 일이 있었고 그때도 대법원까지 갔었죠?

◆ 송상교> 그렇죠.

◇ 정관용> 거기서도 유죄로 확정이 됐고, 그렇죠? 그러면 출소한 것은 이미 93년, 94년 그때겠네요?

◆ 송상교> 네, 그렇죠.

◇ 정관용> 그리고 재심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 송상교> 저희가 2008년도에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를 했고요. 그 전에 과거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다시 조사를 해서 다시 감정도 하고 당시 진술했던 많은 사람들을 조사한 끝에 이 사건이 조작된 사건이다라고 해서 진실규명을 내렸고요. 그것을 기초해서 저희가 재심을 그때 청구를 했던 것입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그 유서의 필적과 강기훈 씨의 보통 일반 항상 필적이 91년 그 당시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도 똑같다, 이런 감정을 내렸었는데 과거사위원회에서는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죠?

◆ 송상교>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91년도에는 사실 필적 자체가 별로 존재하지 않았었는데요. 이제 유서와 동일한 것으로 보여지는 유서가 속필체로 돼 있는데 그런 속필체 김기설 씨 필적들이 많이 제출이 됐었는데 당시에 검찰은 이런 것들을 믿지 못하겠다라고 하면서 다 배척을 해버렸었고 김기설 씨 필적으로 나와 있던 게 정자체 필적이었었거든요. 그런데 그 정자체 필적하고 유서의 속필체하고 비교해 보니까 다르다라고 하면서 유서가 김기설 씨가 쓴 게 아니다. 이렇게 해 버린 거죠. 그런데 속필체하고 정차체는 워낙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사람도 다를 수밖에 없어서 두 개의 사유를 비교해서 감정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는 게 감정의 원칙이거든요. 그 원칙에 반했던 거죠.

◇ 정관용> 그때 돌아가신 분이 김기설 씨고. 그분이 여기저기 남긴 똑바로 정성 들여 쓴 글씨체가 있을 텐데.

◆ 송상교>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것과 흘겨 쓴 거랑 다르다. 그러니까 흘겨 쓴 것과 강기훈 씨 필적하고 비슷하다. 그때 그렇게 몰아갔던 거죠?

◆ 송상교> 네, 그렇습니다. 강기훈 씨 필적이 몇 개 있었는데. 그중에 속필체는 누구나 비슷한 것들이 일견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결론을 정해버린 거죠.

◇ 정관용> 그런데 2008년에 물론 과거사위원회 판정 후에 그거를 근거로 해서 재심신청이 2008년이라고 하셨는데 그때로부터 따져도 지금 벌써 7년 걸린 것 아닙니까?

◆ 송상교> 네, 그렇죠.

◇ 정관용> 그건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요?

◆ 송상교> 저희가 재심을 청구한 후에 고등법원이 재심개시를 2009년에 했거든요. 보통 그러면 곧장 다시 재판이 진행되는 게 통상적인 경우인데 이 사건은 되게 이례적인 경우였는데 검찰이 그것을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대법원에 상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그 사건을 무려 3년 동안이나 가지고 있으면서 결론을 내리지 않았어요. 사실 그 정도 복잡한 사건이 아니었던 건데 그 사이에 강기훈 씨는 건강이 악화돼서 병에 걸리셨고 그래서 사회 여론이 들고 일어나니까 2012년 말에 재심 개시가 드디어 돼서 그때부터 재판이 진행되느라고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겁니다.

◇ 정관용> 민주화 운동과정에 있었던 많은 사건들은 재심에 들어가면 검찰도 대부분 다 수긍했었죠?

◆ 송상교>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이번 사건은 검찰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말이군요?

◆ 송상교>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지금도 그럼 검찰은 그런 입장인 겁니까?

◆ 송상교> 지난 고등법원 재판이 1년 동안 진행이 되었었는데요. 매우 유감스럽게도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마치 강기훈 씨가 지금도 새로운 증거를 만들어서 국민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강변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보기에는 검사가 검찰이 진실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선배 검사들의 행위를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재판의 초점을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정도를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 정관용> 대법원의 최종확정 판결이 내려진 이 순간까지도 검찰은 어쨌든 당시 수사 잘했다, 이런 입장을 변함없이 갖고 있군요?

◆ 송상교> 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 정관용> 그 당시에 수사했던 사람들, 아까 우리 손 변호사가 잠깐 언급하셨는데 지금 어디에서 뭘 하시는 분들입니까?

◆ 송상교> 당시에 엄청나게 많은 검사들이 이 사건에 동원이 돼서 수사를 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있죠. 당시에 김기춘 씨가 법무부장관으로서 이 사건을 총 지휘를 했었고 당시 부장검사였던 분이 강신욱 검사였는데 나중에 대법관이 되었고요. 당시에 주심을 하셨던 검사가 신상규 검사님인데 나중에 광주 지검장이 돼서, 고검장이 돼서 대검찰창의 나중에 어떤 위원장도 되셨고. 곽상도 검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관이 되기도 하셨고. 이런 것처럼 많은 분들이 그 이후에 매우 빠른 속도로 영전을 하셨어요.

◇ 정관용> 그분들이 지금도 그렇게 요직에 계셔서 그런지 지금 젊은 검사들도 그냥 그때 수사를 잘했다는 식으로 자꾸 만들어갔다?

◆ 송상교> 네, 그런 것 같아요. 이 사건은 어떤 사법정의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인데 진실을 알면서도 조작해 가면서 진실을 왜곡했던 그런 검사들이 나중에 다 그 책임을 지기는커녕 다 영전하면서 하게 되면서 이것이 제대로 책임이 무너지지 않는 그런 선례가 남겨진 거죠.

◇ 정관용> 대법원 확정판결 내려지고 나면 검찰이 최소한 사과나 반성 같은 것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런 경우에는.

◆ 송상교> 정말로 그래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과거에 강기훈 씨뿐만 아니라 정말로 많은 분들이 그렇게 억울하게 수사기관에 의해서 피해를 받았는데 다른 기관들은 그래도 반성을 했어요. 조금씩이라도. 그런데 검찰은 지금도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과거사 이 사건들에 대해서 잘못된 수사에 대해서 반성을 한 적이 없습니다.

◇ 정관용> 국정원이나 경찰 같은 데는 그런 과거사 사건들 다루기 위한 별도의 위원회도 만들고 그런 활동이 있었죠. 노무현 정부 때. 그런데 검찰은 그런 게 없었습니까?

◆ 송상교> 네, 없고 그런 식의 노력들도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반성이나 사과는 또 그 문제고. 이렇게 최종 무죄 확정되면 국가상대로 손해배상, 이런 걸 할 수 있게 된 거 아닌가요?

◆ 송상교> 그렇죠. 결국은 무죄 판결을 통해서 억울한 사람이 억울하게 불법적인 수사를 당했다는 것들이 확인이 된 셈이니까 당시의 국가와 수사에 관여했던 분들에 대한 법적인 책임은 물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 법적 책임은 뭘 어떻게 물을 수 있습니까?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나요?

◆ 송상교> 예를 들면 당시 구금됐던 기관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이라는 걸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고요. 그리고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이라고 하는 것을 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불법적인 행위를 했던 공무원 개인들에 대해서도 소송을 걸 수가 있게 되는 거죠.

◇ 정관용> 지금 강기훈 씨는 앞으로 어떤 대처를 하실 계획이신가요? 그나저나 건강은 어떠세요?


◆ 송상교> 지금도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셔서 계속 투병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알고 계시다는 얘기는 송 변호사도 최근에 못 만나셨어요?

◆ 송상교> 네. 이 사건 대법원 선고가 있기 전에 연락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고요. 본인이 사실 이 사건으로 인해서 어떤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 자체도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이런 문제들이 빨리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병원에 입원해 계시나요? 그렇지 않은가요?

◆ 송상교> 그렇지는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통원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나저나 24년이나 걸렸다는 거. 이번에 재심청구가 들어가고 검찰이 거기에 대해서 항고를 했다 하더라도 대법원이 3년이나 그걸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고 하는 거. 이게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시간을 자꾸 끄는 게 별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힘없고 약한 사람 입장에서는 그 시간 하나하나가 생명과 관련되는 거 아닙니까? 이런 늑장 재판, 이거 어떻게 막을 방법 없을까요?

◆ 송상교> 그러게 말입니다. 국민들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형법상 권리인 것인데. 어떤 재판을 언제까지 하지 않느냐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된다는 현재 그런 규정이 없어서 이런 경우들에. 또 본인이 사실 건강이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재판이 오래 걸렸던 것인데요. 이런 부분들은 개선이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이거는 헌법에 보장이 돼 있어요?

◆ 송상교> 네. 헌법에 재판청구권이 규정이 되어 있죠.

◇ 정관용> 하지만 신속이라는 게 언제까지인지 이런 건 하위 법에 없군요.

◆ 송상교> 법에 구속된 사건의 경우에는 얼마나 해야 된다라든가 재판을 빨리 해야 된다라고 하는 그런 취지의 조항들은 있는데 이런 것들이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어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들이 많이 있는 거죠.

◇ 정관용> 강제력을 갖도록 법을 만든다. 이건 또 사법부를 너무 제약하는 건가요? 어떻게 봐야 됩니까?

◆ 송상교>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거는 이런 사건들처럼 어떠한 이번에 대법원이 3년 동안 사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어떠한 재판 외적인 요소들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 이것처럼 재판 외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재판청구권이 침해당하는 경우들에 대해서는 일정한 정도의 이걸 제한할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고민이 정말 필요한 대목입니다. 그 대목은요. 그나저나 참 강기훈 씨 입장이 돼 본다면 그 인생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송상교> 그렇죠. 본인이 하루아침에 남이 죽는 과정에서 유서를 대필한 유서대필자의 낙인을 받고 24년간을 사신 건데요. 정말 그 과정이 이분이 견뎠던 시간 자체가 너무나 힘들고 어떤 방식으로도 사실은 보상이 될 수 없는 것이죠. 주위 분들한테도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던 것이고요. 그래서 이런 일이 정말 앞으로는 다시 재발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진실이 제대로 좀 밝혀지는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강기훈 씨 만나시게 되면 고생 많으셨다. 축하드린다, 전해드리고 힘드시지만 사회를 위해, 국민을 향해 말씀, 당당하게 나서실 필요가 있다. 이런 의견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 송상교> 네, 알겠습니다.

◇ 정관용> 수고 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

◆ 송상교>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송상교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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