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이엽우피소 위해성 없다"…OECD 가이드라인도 왜곡

한국독성학회 "이엽우피소 식품 안전성 확인 시기상조…식약처 독성시험해야"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윤창원 기자)
가짜 백수오 논란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이엽우피소 안전성 여부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OECD 가이드라인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해 "위해성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식품의약품안전처는 14일 이엽우피소의 위해성을 경고한 중국 난징 의과대학 연구결과에 대해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근거로 OECD 독성실험 가이드라인을 들었다.

해당 연구결과는 실험용 쥐에게 사료와 함께 이엽우피소를 먹인 결과 간세포 이상에 이어 사망까지 유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0일에서 90일 사이에 걸쳐 진행된 단기 독성실험이다. 식약처의 주장은 이 실험이 "사료 내 (이엽우피소) 최대 투여용량은 5%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국제기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가 말하는 OECD의 이른바 '5% 가이드라인'은 1년 이상 장기적인 독성실험(452조)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가이드라인의 제목부터 '만성적 독성 연구(Chronic Toxicity Studies)'다. 난징 의과대학 연구에 해당하는 단기 독성실험 가이드라인은 407조와 408조에 따로 구분돼 있다.


한마디로 식약처가 장기 독성실험 가이드라인을 단기 독성실험에 갖다댄 뒤 이엽우피소의 위해성 경고를 무시한 것이다. 식약처가 "이엽우피소에 위해성은 없다"는 판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독성 기준을 '관대하게' 적용했다고도 할 수 있다.

OECD는 단기독성시험이 아닌 만성독성시험에 대해 5% 룰을 얘기하고 있다. 식약처는 단기독성시험을 실시한 난징 의과대 연구에 만성독성시험 기준을 적용한 뒤 위해성 경고를 무시했다.
OECD의 단기경구 독성실험 가이드라인(407조)에 따르면 난징 의과대학 연구처럼 사료 또는 물에 혼합해 반복 섭취시키는 경우 영양균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별도의 규제가 없다. 영향 균형에 문제가 없는 경우는 생약 혼입비율을 최대 30%까지 정하고 있다.

OECD가 아니더라도 독성실험 가이드라인은 식약처의 주장보다 더 깐깐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 식품의약품안전청(EFSA) 또한 사료에 5% 이상 섞어 먹이는 경우에는 "용량에 대한 제한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 정자영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독성평가연구부 독성연구과장은 "OECD 가이드라인에서 5% 룰은 만성적인 실험에 적용되는 기준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난징대학 연구는 사료의 영양 균형이 맞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독성학회 최경철 학술위원장은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엽우피소와 관련해 "현재까지 보고된 자료들을 검토할 때 식품으로서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면서 식약처가 빠른 시일내에 독성시험과 위해성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참석한 식약처 측 정자영 독성연구과장은 "어차피 독성시험을 해도 동물실험 결과에 지나지 않는데, 독성을 찾아내기 위해 2년간 실험하는 것은 논란을 또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사견을 전제로 독성시험이 '세금낭비'라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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