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사고가 발생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송파강동예비군 훈련장에서 남아있던 예비군 538명이 모두 퇴소했다.
14일 오후 2시쯤 훈련장 안에서 버스 11대에 나눠 탄 이들은 각각 송파구 복정역과 서초구 양재시민의숲역으로 이동했다. 일부는 걷거나 자신이 타고 온 자동차를 이용했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 모두는 무거운 표정이었다. 아직 사건에 대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입을 꼭 다물고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역사 안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이들 중 일부는 부대 내에서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아무 것도 말하지 말라 교육을 받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 가운데 일부는 총기 사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총기 사고를 일으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23)씨와 같은 조에서 사격을 했다는 박모(27)씨는 "14사로에서 사격을 하고 있었는데 '사격 중지' 소리 이후에도 총성이 있어 긴가민가 했다"며 "다시 한번 사격 중지 명령이 있고는 모두 내려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언덕을 뛰어내려가며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들이 누워있었고 그 중 한명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는 것 같았다"며 "처음엔 탄알집이 터진 사고인 줄로 알았다"고 회상했다.
일부는 트라우마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또 사격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사격을 못할 것"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최씨가 사건을 일으키기 전날 밤 유서를 쓰는 장면을 목격한 예비군도 있었다.
정모(26)씨는 동원훈련 입소 첫날인 12일 밤 10시쯤 점호를 마치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생활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때 최씨가 계단 한 켠에 웅크리고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그는 다음날 불침번 근무를 서야 했기 때문에 최씨에게 "불침번이냐"고 물었고, 그가 그렇다고 말해 "불침번이 해야 할 일이 있느냐"고 말을 걸었다.
이에 최씨는 "그런 것은 아니고 편지를 쓰는 중이다"고 대답했다.
정씨는 "예비군이 무슨 편지를 쓰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말을 걸어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기 때문에 특이하다고만 생각했지 유서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훈련을 받았던 예비군들이 모두 빠져나간 송파강동예비군 훈련장은 적막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소집점검을 위해 온 일부 예비군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주차장만 가득 찼다.
사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하듯 사격장에는 전투화 3~4켤레와 전투모, 귀마개, 탄피받이 등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또 피해자를 옮기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들것 2~3개와 거즈뭉치가 나뒹굴었다.
특히 피해자들이 집중된 1~5사로에는 아직도 혈흔이 곳곳에 남아 있었고 이미 혈흔이 지워진 자리는 흰색 분필로 원을 그려놨다.
사격 훈련 당시 총기를 걸어두는 총기거치대에는, 총구를 함부로 돌리지 못하도록 고정하는 총기고리 '스냅링'이 여전히 남아 당시 혼란한 상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