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지통신은 11일 김정은 제1비서가 러시아의 2차대전 승전기념식에 불참한 이유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양측의 이견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측이 김정은 제1비서의 방러 조건으로 핵개발 중단과 탄도 미사일 시험 및 수출 중지를 요구했는데 북한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렬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는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지난 2013년 5월 김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중국 언론들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과 소원해진 북한이 러시아에 접근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해왔다.
핵강국인 러시아에게만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아도 국제적 ‘공인’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과거 중·소련 등거리 외교처럼 중러 사이의 저울질 외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북핵 저지를 위한 국제 공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홍콩의 봉황 위성TV는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최신예 방공미사일인 S-300 구매를 요청했지만 러시아가 중국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거부하면서 김 제1비서의 방러가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는 전통적 우방관계였지만 핵과 전략미사일 문제와 관한 한 강대국의 기득권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보여준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러시아를 여전히 과거의 소련으로 생각하는 경향”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지난 8일 북한의 SLBM 시험은 국제사회의 무시전략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
북한은 당초 김 제1비서가 참석하려 했던 러시아 전승기념일인 9일에 맞춰 이런 사실을 세계에 타전했다.
개발 중간 단계의 시제품을 공개한 것이나 이처럼 비중이 큰 뉴스를 평일이 아닌 토요일에 보도한 것도 그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김 제1비서의 방러 취소 이유를 핵보유국 인정 여부 때문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다른 관측통들의 분석처럼 김 제1비서의 외교적 자신감 결여나 의전 문제, 무상원조 요구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 등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물론 이는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의 특수성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조차 김 제1비서의 방러 취소 사실이 알려지기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방러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