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최 총장 앞으로 익명의 편지 한통이 배달됐다. 자신을 현역 장교라고 주장하는 이 편지의 작성자는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편지의 형식이나 표현 등을 살펴볼 때 작성자가 현역 장교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편지는 최 총장이 처해있는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7일 공익제보자의 말을 빌려 최 총장이 중령이던 지난 1996∼1997년, 재정경제원 파견 때 제공된 관사를 공군 원대복귀 후에도 수 년간 무단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벌써 20년 가까이 지난 일로 최근 최 총장과 관련해 제기되는 이같은 의혹들은 그의 과거 행적을 꿰뚫고 있거나 공군 내부자가 아니면 꾸며내기도 힘든 내용이라는게 군 안팎의 지적이다.
이처럼 각종 의혹들로 최 총장이 흔들리면서 과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영공을 책임지는 최 총장의 지휘권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의혹이 제기되는데 이제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해도 그 해명을 믿을 사람이 없는 지경이 됐다"며 "지휘권 행사에 큰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역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사정에 정통한 한 정부 소식통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현 상황을 우려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혹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공군참모총장으로서 지휘권이 흔들린다면 국가안보 측면에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역시 고민에 빠졌다. 최 총장이 직접 자신에 대한 감사를 요구해 현재 국방부 감사관실이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제대로된 결과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고가의 관사 비품 구입 등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면서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감사결과를 내놓으면 결국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만 받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따라서 현 상황이 최 총장의 적극적인 해명이나 국방부의 감사결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만큼 최 총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현 상황은 더 이상 사실 여부가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무게추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총장은 자진 사퇴 등 거취 결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관계자는 "확인도 되지 않은 의혹들로 총장이 물러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