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뉴스] KT는 왜 통신요금 인하를 선택해야만 했을까?

"데이터 요금제는 정해진 수순… 단말기 시장과 통신서비스 분리로 갈 듯"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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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음성과 문자메시지가 무제한으로 제공되고 데이터도 지금보다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로 사용하는 고객들은 비싼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 U+도 곧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데이터 요금 중심제'가 도입되면 당장에는 통신사들이 매출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유리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통신사에 불리한 요금 제도냐? 그건 아니라는 얘기다. 기본적인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유리하지만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가입자들은 앞으로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요금을 더 내야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KT는 왜 통신요금 인하를 선택해야만 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도입되면 통신요금이 저렴해지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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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보다는 분명히 통신요금이 내려간다. 통신요금 인하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우선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로 사용하는 가입자들이 유리하다. 그동안 전화통화 사용이 많은 가입자들은 비싼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업무적으로 전화통화를 많이 해야 하는 영업사원이나 택배기사, 대리기사들이 무제한 통화를 위해서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만 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현장 취재기자들도 전화통화를 많이 하는데 비싼 요금제가 아니어도 된다는 얘기다.

미래부 관계자는 "데이터 요금 중심제를 하게 되면 전화통화 때문에 5~6만 원대 요금제에 가입했던 이용자들이 가장 싼 2만 9,900원 요금제에 가입해도 무선전화간 통화와 SMS가 무제한이니까 비싼 요금제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KT 남규택 부사장은 "이번에 선보인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2만 원대로 음성 문자 무한 사용은 물론, 데이터만 선택해 최적의 요금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계 통신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래부도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냈고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통신사로서는 요금인하가 매출하락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 단기적으로는 매출감소를 감내해야 한다. KT 이번 요금제로 1인당 평균 월 3,590원, KT LTE 고객 1천만명 기준 연간 총 4,304억원의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4년 월 10만원에 음성통화를 무한 제공했던 '무제한 정액요금제'와 비교하면 10년 만에 70% 정도 저렴해 지는 것이다.

KT관계자는 "처음에는 매출하락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KT가 왜 '데이터 요금 선택제'를 먼저 선택한 거냐?

KT 황창규 회장 (사진=KT 제공)
= KT입장에서는 당장에는 좋은 요금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택한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관계자는 "KT가 통신3사 경쟁구도에서 밀렸다. 수익률도 낮았고 가입자도 유출되는 그런 상황이다 보니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KT 관계자도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니까 선점효과를 위해 먼저 선택했다"고 말했다. 무슨 얘기냐 하면 앞으로 데이터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수익에서는 떨어지는 이른바 '수익과 비용의 불일치' 구조이다 보니 이를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지 1년 3개월, 곧 반환점을 돌게 되니까 성과를 내야하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다. 그래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KT의 중견간부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이 줄어들겠지만 앞으로 데이터 이용량이 증가할 것이고 선점효과에 따른 고객확보 이런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통신사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건 결국 소비자에게 유리한 건 아니지 않나?

=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한다. 기업이 손해를 보기위해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장기적으로 통신사에게 불리한 요금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는 만큼의 비용부담이 발생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많이 쓴 사람이 많은 돈을 내는 구조는 그동안의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는 효과가 있다.

데이터의 경우 헤비 유저(과다사용자) 5%가 전체 데이터의 95%를 사용하는 불합리한 구조였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헤비 유저 입장에서는 불리해졌다. 그렇지만 통화와 문자를 주로 사용하는 일반가입자들은 유리한 구조다.

지금까지의 왜곡된 통신요금 구조가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미래부 관계자는 "어차피 올해 안에 이통사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이걸 KT가 먼저 치고 나간 것"이라면서 "이 제도가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선점할 경우 가입자 유치에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단통법이 도입되고 지난달부터 요금할인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뒤 가입자들이 단말기지원금보다는 요금할인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절반을 넘어섰다. 정부 관계자는 "신규가입자와 기기변경, 번호이동을 합할 경우 5~6만 명이 되는데 그 중 절반이상이 요금할인제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단말기보조금을 더 줘서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요금제를 시행해왔다.

특히 데이터망으로 음성통화를 전송할 수 있는 VoLTE 기술이 개발되면서부터, 음성통화의 데이터 사용량은 미미하다. 20분을 통화해도 데이터 사용량은 몇MB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는 얘기고 정기적으로는 통신사에도 유리하고 일반 가입자들에게도 유리한 구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 그동안 단말기 때문에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단말기 시장과 서비스 시장이 분리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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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추세로 가게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단말기 시장과 통신서비스 시장이 분리해서 경쟁하는 구조로 갈 것으로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면서 "이 제도가 정착되면 단말기 시장과 통신서비스 시장이 별도로 경쟁 하는 구조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말기시장과 통신서비스 시장을 억지로 분리시키기는 어렵지만 각각의 시장에서 경쟁이 활성화되는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단말기 제조회사가 비싼 단말기에 출고가까지 부풀려서 출하해도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약정을 통해 팔아줬다. 가입자들도 고가의 최신 단말기를 구입하기 위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했다. 그래서 유통 대리점에서는 '회식폰'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이 판매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단통법이 시행되고 요금할인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소비자들이 현명해 지고 있는 것이다. 알뜰 폰도 가입자가 5백만 명을 넘어서면서 통신요금 인하가 추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사실 삼성전자가 갤럭시6를 출하했지만 국내시장에서 그렇게 많이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통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갤럭시6가 많이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도 "이제는 스마트폰 사이에 큰 차별이 없기 때문에 비싼 새로운 단말기를 찾는 가입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과거 집전화기를 사용하던 시절처럼 이동전화 단말기는 별도로 구매하고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해서 가입하면 되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시행 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단말기 완전 자급제' 시행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상임위에 상정된 상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이동통신서비스와 휴대폰 유통을 완전 분리하는 제도로 법안이 통과되면 소비자는 일반 매장에서 이동전화를 구매한 뒤 이통사를 골라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병헌 의원은 "여기에 요금인가제를 폐지해 통신사들이 요금제를 가지고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단말기 유통시장과 통신서비스가 분리되면 제조회사들이 타격을 받는 거냐?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사진=황진환 기자)
=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삼성전자나 LG전자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시행이전에 단말기 제조회사들의 입장을 들은 결과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면 제조회사들이 단말기의 성능과 가격으로 경쟁을 해야한다. 지금은 삼성전자에서 만든 갤럭시S6를 삼성디지털플라자에서 사면 94만 4,000원인데 이동전화 유통망에서 사면 85만 8,000원이다. 삼성전자가 만든 단말기를 자신들이 팔 때 더 비싸게 팔고 이통사 유통망에서 더 싸게 파는 이상한 구조인 것이다.

해외시장에서는 국내보다 단말기가 저렴하다. 따라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단말기의 해외직구도 늘어날 것이고 단말기간의 가격경쟁도 치열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통신업계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2~30만원대 쓸 만한 스마트 폰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 소비자에게 유리한 거냐? 아니냐?

= 앞서 설명한 대로 통신요금 인하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걸 통신요금 인하라고 보기보다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소비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는 단말기를 계속 사용하거나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단말기를 구입해서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한다면 그만큼 유리해지는 것이다.

통신시장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통신사들이 요금제로 승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에는 고가의 최신 단말기를 미끼로 비싼 요금제를 강요해왔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경쟁으로 고객을 유치해야 한다.

통신3사가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이 연간 8조원에 이르고 있는데 이 마케팅 비용은 결국에는 사용자들의 요금에서 나오는 돈이다. 이런 것도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통신과소비의 핵심은 잦은 단말기 교체였다. 100만원 안팎의 고가단말기를 평균 16개월마다 교체해왔다. 단말기 제조회사에서는 땅 짚고 헤엄치기 수준이었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통신사들에 대해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가자는 얘기를 계속해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통신사들이 기존의 편리하고 고수익을 내는 음성통화 과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입이 늦어졌다는 얘기다.

SKT가 지난해말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시행하겠다고 미래부에 승인을 요청했지만 미래부가 거절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지만 정부의 한 관계자는 "SKT가 제출한 요금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아니라 오히려 요금을 인상하는 요금제였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더 현명해줘야 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어떤 단말기를 살 것인지 어떤 요금제를 이용할 것인지 잘 결정한다면 지금보다 많게는 절반가까이 통신요금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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